한·중 FTA 위기인가 기회인가…"中, 한국과 FTA 노림수 따로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미국과 중국이 동아시아를 놓고 벌이는 안보 경쟁 관계 안에서 신중히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중국의 비관세 장벽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미·중 대결 구도 변수

한국선진화포럼은 2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중국과의 FTA,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월례 토론회를 가졌다. 김기수 세종연구소 국제정치경제연구실장과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등이 참석했다.

김 실장은 “동북아시아 지역은 중국 입장에서 전략 요충지”라며 “중국이 한국과 FTA를 체결하기를 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동아시아 안보역학 구도의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선 한·미 FTA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라도 한·중 FTA를 강력하게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이 FTA를 체결한 국가들은 대부분이 지역적으로 자신의 영향권 내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미국 입장에서 볼 때 한·중 FTA가 한·미 동맹관계를 침해하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협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FTA에는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라는 가치가 얽혀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도 한·중 FTA는 경제와 국제관계, 안보의 혼합적인 성격을 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피터슨국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 같은 학자는 중국 주도의 폐쇄적인 동아시아 경제권이 형성되면 중국은 무역에서 연간 250억달러 손해를 본다고 분석했다”며 “그런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국이 한국과의 FTA를 원하는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비관세 장벽 대비해야

최 연구위원은 중국이 법률이나 제도 외에 관행에 따라 행동하는 경우가 많고 무역 상대국들이 투명성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중국의 관행과 관습적인 통상 절차 등을 고려한 정교한 협상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농민에 대한 차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 교수는 “국내 농업은 상위 20% 농민이 소득의 80%를 차지하는 구조”라며 “하위 80%에 속하는 농민에 대해서는 한·중 FTA를 대비한 복지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쌀과 같은 민감 품목은 빼고 한·중 FTA를 진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대신 서비스 투자 지식재산권 등의 분야를 모두 포함한 포괄적 FTA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축사에서 “중국과의 FTA 협상에서 우리나라 농민이 민감해하는 품목에 대한 보호 장치부터 1단계로 마련한 다음 나머지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