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이 막강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지난 3분기(10~12월) '깜짝실적'을 발표했다. 대선과 관련된 기대감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다.

23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55.3% 급증한 42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0년 설립 이래 최대 분기실적이다.

우다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로커리지 부문에서의 지속적인 시장점유율 강화(2분기 14%→3분기 16%)로 인해 수탁수수료 수익이 28.5% 증가했다"며 "또 고객예탁금 증가에 따라 이자수익도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고객 예탁자산이 10조원을 넘어서면서 2011년 회계연도 이후 분기당 100억원 이상의 안정적인 이자수익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개인들의 테마주(株)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도 키움증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키움증권 창구를 통한 총거래대금 1위(ETF 제외)에는 동양철관(1조2793억원)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동양철관은 남한과 북한, 러시아 가스관 연결사업 소식에 급등했던 가스관 테마주다.

11월에도 동양철관은 2위(1조1284억원)를 기록했고 박근혜 테마주인 쌍방울(4위), 노인복지 테마주인 모나리자(11위) 등도 거래대금 상위에 있었다. 12월에는 1위 동양철관, 4위 남북경협주 광명전기, 7위 쌍방울, 8위 박근혜 테마주 대유에이텍, 11위 무상교육테마주 모나미, 13위 박근혜 테마주 동양물산 등 정책 및 정치인 관련주가 대거 상위에 포진했다.

다른 상위권 종목들이 OCI 하이닉스 LG화학 삼성전자 기아차 등 대형주인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결과다. 올 들어서도 광명전기 동양철관 모나미 대유신소재(박근혜주) 우리들생명과학 우리들제약(문재인주) 모나리자 등이 거래대금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연말연초에는 정책 기대감으로 다양한 테마가 형성된다"며 "올해는 대선이 있어 연말연초 뿐만 아니라 연중 내내 관련 테마로 개인들의 매매가 왕성하게 진행될 수 있고, 이는 개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키움증권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의 브로커리지 부문 개인투자자 비중은 약 95%에 달한다.

17대 대선이 있었던 2007년 키움증권의 주식시장점유율은 연초 11%에서 연말 12%로 높아졌고, 2007년 회계연도 당기순이익은 897억원으로 전년의 439억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바 있다.

원재웅 동양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 증가보다는 시장점유율 증가로 키움증권 브로커리지 수익이 증가하고 있다"며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증시 침체에도 500억원의 브로커리지 수익이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황개선시 실적 모멘텀(상승동력)이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