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중 조선주(株)를 매수해야 할 이유가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해양플랜트 시장 규모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고 있고, 탄소세 도입과 국제유가 상승이 노후화 선박의 교체 수요를 앞당길 것이란 전망에서다. 물론 실적 턴어라운드 역시 기대되는 한 해로 꼽히고 있다.

◆EU가 직접 나선 CO2 규제 '긍정적'…선박 교체 수요 빨라질 듯

증권업계 조선업종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열린 유럽 재무장관회의(Council of the European Union)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곳에서 탄소세(carbon pricing) 관련 논의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간 탄소세에 대한 논의는 국제해사기구에서 맡아 진행해왔다. 그런데 유럽연합(EU)이 직접 나서 선박 배출 CO2 규제를 두고 고민에 빠진 것. 앞으로 노후화 선박들의 교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탄소세와 탄소배출권거래제도(ETS) 등의 도입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어 보인다"면서 "이번 탄소세와 관련된 유럽 재무장관들의 주요 회의 내용은 항공 및 해운업에 대한 탄소세는 글로벌 CO2 감축과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조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오는 6월까지 국제기구(IMO, World Bank 등)에서 진행해 온 탄소세 논의에 대한 검토보고서가 EU 집행위원회에 제출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 연구원은 "탄소세 도입시기와 규제강도는 예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그간 국제해사기구의 CO2 규제는 신조선에 국한된 규제로 노후화 선박 교체 등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탄소세 또는 탄소배출권거래제도가 도입될 경우 해운업계에 금전적인 부담이 부과되므로 저연비 노후화 선박들의 빠른 교체가 이루어 질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또 매년 오르는 국제유가도 해양발주 모멘텀(상승동력) 강화와 저연비 및 대형선박에 대한 수요를 유발시킬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해 줄 것으로 유 연구원은 내다봤다.

◆전대미문의 2012년 해양플랜트 시장 규모

올해 해양플랜트 시장 규모가 그 어느 해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조선주 비중을 늘려야 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박 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조선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생산저장설비(FPSO, Platform, FLNG) 시장 전망이 매우 밝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대규모로 발주됐던 시추설비와 LNG선 발주도 2분기부터 재개돼 하반기에 본격적인 발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특히 해양플랜트에 강점을 지닌 'Big3' 조선사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충분히 수주 목표치를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는 또 "당분간 조선주에 대한 투자 시각을 '상선의 관점'에서 벗어나 '해양플랜트의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해양플랜트 관점에서 본 조선업은 고유가 및 고가스가격 유지, 심해 광구의 지속적인 개발, 오일 메이저사와 시추설비 선사들의 설비 증가 등으로 초호황기에 이제 막 진입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적이 실망스러울 때 사라"…턴어라운드 기대해 볼만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조선사들의 지난 4분기 별도기준 영업마진율은 모두 전분기보다 적게는 0.9%포인트에서 많게는 3.1%포인트까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9년에서 2010년 사이 저가수주 물량이 매출에 반영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수익성도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낮은 수익성은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해양플랜트 수주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하반기부터 실적 턴어라운드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2003년 4분기부터 1년 간 주가가 떨어졌던 당시 조선주의 경우 수익성 둔화는 2005년까지 지속됐지만, 주가 바닥은 2004년 3분기에 확인됐다"며 "수주선가가 상승하고, 글로벌 수주량 감소 시기에도 수주경쟁력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해양플랜트 수주비중 증가는 향후 건조단가 상승효과로 이어졌다"며 "국내 조선업체의 경쟁력이 두드러지는 분야만 수주가 늘어나면서 수주 경쟁력은 이전보다 더 높아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올 하반기는 금융위기 이후 해양시장 수주 증가 영향이 실적으로 나타나면서 주요 조선사들의 매출이 성장 기조로 돌아서고, 턴어라운드 역시 기대돼 상반기 중 조선주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엄 연구원은 권했다.

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도 "연초부터 해양플랜트 수주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해양 및 특수선 중심의 수주구성으로 경기 불확실성을 비껴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상반기 동안 해양과 특수선 중심의 조선 시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유럽은행들의 CDS 프리미엄 하락으로 조선주에 대한 투자심리도 점차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박 연구원은 강조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