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테마주 주가가 대주주들의 지분 매도에 출렁이고 있다.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급등한 가운데 대주주의 보유지분 대량 처분으로 주가가 급락하고 있는 것.

23일 오후 1시 40분 현재 아가방컴퍼니는 전날보다 800원(5.30%) 내린 1만4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회사 대주주들이 지분을 처분하기 시작한 지난 16일 이후 17% 이상 급락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욱 아가방컴퍼니 대표이사는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이 회사 주식 62만6210주를 장내에서 처분했다. 주당 평균 매도단가는 1만7342원으로, 김 대표가 손에 거머쥔 돈은 108억5900만원에 이른다. 손석효 명예회장의 부인 김형자씨도 지난 16일부터 22일사이에 아가방컴퍼니 주식 126만주(4.50%)를 장내에서 처분했다. 김 씨의 처분금액은 201억8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대주주측 보유지분은 33.78%에서 27.03%로 줄었다.

김 대표는 아가방컴퍼니가 테마에 편승해 주가가 급등했던 지난해 1월과 7월에도 보유주식 가운데 33만4000주를 처분해 43억5500만원을 현금화했다. 당시에도 급등세를 나타내던 주가는 대주주의 지분 매각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한 바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대주주 특별관계자 쿼츠라인이 손 명예회장에게서 증여받은 230만주를 처분하면서 주가가 떨어졌다.

또 다른 박근혜 테마주인 대유신소재도 비슷한 경우다. 대유신소재 대주주 일가가 보유주식 266만4070주(4.9%)를 지난 10일과 17일 장내에서 매도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문재인 테마주로 꼽히는 위노바도 마찬가지다. 위노바 대주주들은 이 회사 주가가 급등하자 보유 주식 90만3671주(3.69%)를 지난 14일 장내매도해 54억원 가량을 현금화했다. 위노바 주가는 문재인 테마로 엮이면서 지난달 26일 1915원에서 지난 15일 장중 6670원까지 뛰어올랐다. 하지만 대주주의 지분 처분 소식이 알려지면서 급락, 4000원대로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각 정치 테마주마다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정치 테마주 투자는 '투기'에 가까운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주주 입장에서는 회사 주가가 비이성적으로 급등해 기업가치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되면 경영권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지분을 매각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테마주 투자 보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우량주 위주의 투자를 권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