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 동화기업 대표 "글로벌 유통망·생산기지 갖춰 '넘버원 보드기업'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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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동화기업
조직 체질 바꿔 위기 정면돌파
사원 개인 '목표 실명제' 도입…품질향상·원가절감…수익성 높여
高부가 가공보드 전략적 육성
친환경 '슈퍼 E0등급' 보드 연내 공급…시장 주도권 잡을 것
조직 체질 바꿔 위기 정면돌파
사원 개인 '목표 실명제' 도입…품질향상·원가절감…수익성 높여
高부가 가공보드 전략적 육성
친환경 '슈퍼 E0등급' 보드 연내 공급…시장 주도권 잡을 것
“최근 들어 변화의 성과들이 차츰 가시화되고 있어요. 앞으로는 누구도 동화기업이 목재회사라는 이유만으로 비전 없는 회사라고 속단하지 못할 겁니다.”
김홍진 동화기업 대표(48)는 최근 여의도에 있는 서울사무소 집무실을 찾은 기자에게 평소보다 더 자신감에 넘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는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지난해 매출이 다소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늘었다”며 “평가방식과 조직운영방식 개선 등의 성과가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사원 목표실명제를 도입한 데 이어 실적주의 조직운영체제를 구축, 영업 생산 기획 등 조직 전반에 적잖은 변화를 일으켜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원 목표실명제는 모든 직원의 성과 목표를 매출이나 이익 등 실적 기여 여부로 정량 평가하는 제도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한화그룹에 입사해 기획 영업 법무 구조조정본부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동화기업엔 2010년 6월 합류했다.
▶건설경기가 좀체 살아나지 않습니다.
“최근 수년간 동화기업을 비롯한 보드업계는 외부 요인들에 의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가구, 건설업 같은 후방 산업의 침체와 화학 원재료 가격상승 등은 우리 힘만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었어요.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생산라인에서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었죠. 멜라민 페이스드 보드(MFB) 같이 새로운 부가가치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평가방식이나 조직 운영방식을 변경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동화기업에 온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목표실명제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리는 것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조직의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직원 개개인이 목표를 달성하면 자연스럽게 조직의 목표가 달성되도록 한 것입니다. 개개인의 목표를 정량화하다보니 직원들의 업무강도는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어요. 조직에 묻어가는 직원들이 없어진 거죠. 하지만 그만큼 치열하게 일하다 보니 성과가 자연스레 좋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에 흑자를 냈습니다. 그동안 비수기인 1월 적자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변화라고 봅니다.”
▶평소 직원들에게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들었습니다.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시장을 바꿀 수 있는 힘은 특별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변화에서 시작한다고 봅니다. 아주 사소한 부분일지라도 생각을 바꾸면 새로운 가치가 보이고, 그 가치는 새로운 시장과 수요를 만들어 내죠. 거기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겁니다. 최근 영업 생산 등 회사 조직을 수익 중심으로 바꾼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생산조직은 생산만, 영업조직은 영업만 따지던 방식으로는 회사 수익을 극대화하기 어렵습니다. 생산과 영업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 시장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60여년 동안 국내 목재시장을 주도해온 저력은 무엇입니까.
“동화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목재 산업에서 끊임없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왔습니다. 1970년대 모두가 원목을 수입해다가 합판을 만들던 시절에 동화는 자원 민족주의에 대비해 재활용 목재를 원자재로 쓰는 파티클보드(PB)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중밀도섬유판(MDF)과 강화마루 사업을 동화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도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고 사업을 수직계열화하면서 시장 변화를 주도해온 거죠. 60년이 넘는 장수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고요.”
▶중·장기 전략은 무엇입니까.
“가공보드인 MFB를 전략적으로 육성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입니다. PB와 MDF가 가구의 범용 소재로서 후방 산업에서는 꼭 필요한 뿌리와 토대라면, MFB는 보드에 디자인을 입혀 가구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아파트 등 특판 시장에서도 MFB 수요가 꾸준히 늘어갈 겁니다. 글로벌 사업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유통망을 확대해나갈 방침입니다. 오는 4월 정식 가동하는 베트남 생산법인 VRG동화MDF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죠. 동화의 목재 가공 기술력은 세계 정상급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유통망도 구축해 해외 생산기지에서 만든 제품이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연구·개발(R&D)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동화는 국내 친환경 보드에 대한 연구개발(R&D) 분야를 선도해왔습니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최고 수준의 친환경 등급 보드인 슈퍼 E0 등급(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ℓ당 0.01㎎ 이하로 원목과 유사한 수준의 제품)의 보드 양산 준비를 마쳤습니다. 연내에 공급할 예정입니다. 말레이시아 공장에서는 세계 최초로 팜오일 나무를 원료로 사용한 MDF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팜오일 나무는 최근 화석 에너지를 대체하는 바이오디젤 연료로 각광받고 있는데, 그동안 수분량이 많아 가구 자재로 부적합한 것으로 여겨져왔어요. 쓸모없이 버려졌던 팜오일 나무를 원료로 개발한 것이죠. 올해 중에 양산도 시작할 겁니다.”
▶가구업계가 동남아산 PB 반덤핑 관세 연장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태국·말레이시아산 PB에 대해 부과되는 7.69%의 덤핑방지관세 연장을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오는 4월 만료되는 덤핑방지관세가 없어지면 국내 PB산업이 붕괴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가구업체들이 반덤핑관세 연장에 반대하고 있지만 길게 보면 PB산업과 가구산업 간 공생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두 산업이 동반자적 입장에서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서로 멀리 내다보면서 협력해야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김홍진 동화기업 대표(48)는 최근 여의도에 있는 서울사무소 집무실을 찾은 기자에게 평소보다 더 자신감에 넘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는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지난해 매출이 다소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늘었다”며 “평가방식과 조직운영방식 개선 등의 성과가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사원 목표실명제를 도입한 데 이어 실적주의 조직운영체제를 구축, 영업 생산 기획 등 조직 전반에 적잖은 변화를 일으켜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원 목표실명제는 모든 직원의 성과 목표를 매출이나 이익 등 실적 기여 여부로 정량 평가하는 제도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한화그룹에 입사해 기획 영업 법무 구조조정본부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동화기업엔 2010년 6월 합류했다.
▶건설경기가 좀체 살아나지 않습니다.
“최근 수년간 동화기업을 비롯한 보드업계는 외부 요인들에 의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가구, 건설업 같은 후방 산업의 침체와 화학 원재료 가격상승 등은 우리 힘만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었어요.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생산라인에서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었죠. 멜라민 페이스드 보드(MFB) 같이 새로운 부가가치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평가방식이나 조직 운영방식을 변경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동화기업에 온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목표실명제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리는 것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조직의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직원 개개인이 목표를 달성하면 자연스럽게 조직의 목표가 달성되도록 한 것입니다. 개개인의 목표를 정량화하다보니 직원들의 업무강도는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어요. 조직에 묻어가는 직원들이 없어진 거죠. 하지만 그만큼 치열하게 일하다 보니 성과가 자연스레 좋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에 흑자를 냈습니다. 그동안 비수기인 1월 적자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변화라고 봅니다.”
▶평소 직원들에게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들었습니다.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시장을 바꿀 수 있는 힘은 특별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변화에서 시작한다고 봅니다. 아주 사소한 부분일지라도 생각을 바꾸면 새로운 가치가 보이고, 그 가치는 새로운 시장과 수요를 만들어 내죠. 거기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겁니다. 최근 영업 생산 등 회사 조직을 수익 중심으로 바꾼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생산조직은 생산만, 영업조직은 영업만 따지던 방식으로는 회사 수익을 극대화하기 어렵습니다. 생산과 영업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 시장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60여년 동안 국내 목재시장을 주도해온 저력은 무엇입니까.
“동화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목재 산업에서 끊임없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왔습니다. 1970년대 모두가 원목을 수입해다가 합판을 만들던 시절에 동화는 자원 민족주의에 대비해 재활용 목재를 원자재로 쓰는 파티클보드(PB)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중밀도섬유판(MDF)과 강화마루 사업을 동화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도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고 사업을 수직계열화하면서 시장 변화를 주도해온 거죠. 60년이 넘는 장수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고요.”
▶중·장기 전략은 무엇입니까.
“가공보드인 MFB를 전략적으로 육성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입니다. PB와 MDF가 가구의 범용 소재로서 후방 산업에서는 꼭 필요한 뿌리와 토대라면, MFB는 보드에 디자인을 입혀 가구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아파트 등 특판 시장에서도 MFB 수요가 꾸준히 늘어갈 겁니다. 글로벌 사업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유통망을 확대해나갈 방침입니다. 오는 4월 정식 가동하는 베트남 생산법인 VRG동화MDF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죠. 동화의 목재 가공 기술력은 세계 정상급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유통망도 구축해 해외 생산기지에서 만든 제품이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연구·개발(R&D)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동화는 국내 친환경 보드에 대한 연구개발(R&D) 분야를 선도해왔습니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최고 수준의 친환경 등급 보드인 슈퍼 E0 등급(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ℓ당 0.01㎎ 이하로 원목과 유사한 수준의 제품)의 보드 양산 준비를 마쳤습니다. 연내에 공급할 예정입니다. 말레이시아 공장에서는 세계 최초로 팜오일 나무를 원료로 사용한 MDF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팜오일 나무는 최근 화석 에너지를 대체하는 바이오디젤 연료로 각광받고 있는데, 그동안 수분량이 많아 가구 자재로 부적합한 것으로 여겨져왔어요. 쓸모없이 버려졌던 팜오일 나무를 원료로 개발한 것이죠. 올해 중에 양산도 시작할 겁니다.”
▶가구업계가 동남아산 PB 반덤핑 관세 연장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태국·말레이시아산 PB에 대해 부과되는 7.69%의 덤핑방지관세 연장을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오는 4월 만료되는 덤핑방지관세가 없어지면 국내 PB산업이 붕괴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가구업체들이 반덤핑관세 연장에 반대하고 있지만 길게 보면 PB산업과 가구산업 간 공생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두 산업이 동반자적 입장에서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서로 멀리 내다보면서 협력해야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