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매업체들이 제살 깎기 식의 할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여전히 대폭 할인된 제품에만 지갑을 열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4분기 미국 최대 할인점 월마트와 백화점 메이시스 등 일부 대형 소매업체들의 매출이 늘었다고 22일 보도했다. 공격적인 가격 할인 정책으로 경쟁 업체들의 고객을 끌어들인 것이 매출 증가의 배경이다. 테리 룬드그린 메이시스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점유율이 확대되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가격 할인 덕택에 매출이 늘었으나 순이익은 줄었다. 월마트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한 1232억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순이익은 15% 감소한 51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할부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할인폭이 커지면서 수익성은 악화된 것이다.

월마트와 메이시스 등에 고객을 빼앗긴 K마트와 시어스백화점은 시장점유율이 낮아져 매출마저 줄었다. K마트와 시어스백화점 등을 보유하고 있는 시어스홀딩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WSJ는 “일부 대형 소매업체들의 매출이 늘어난 것은 경기 회복 때문이 아니라 다른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을 빼앗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