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최고경영자가 기자회견을 열거나 홍보담당이 짧게 방송 인터뷰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카메라 앞에 서는 자세와 복장, 시선 처리나 손 움직임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떤 느낌을 줄 수 있는지 모두 계산해야 한다. 기업의 언론 대응에 필요한 미디어 트레이닝 전략을 살펴본다.


#방송인터뷰 요령

기자회견 카메라 앞에서는 편안하면서도 성실한 자세로 뭔가 설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다. 너무 딱딱한 자세로 “우리 A제품에 대한 문제를 지금부터 해명하겠습니다”고 말한다면 국민들이 설득 당할 리 없다. 기자 회견장의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정면에는 수 십대의 카메라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고, 타이핑 소리나 전화 받는 소리로 어수선하다.

자료를 읽다가 중간에 고개라도 들라치면 사진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리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최악의 조건에서 편안하고 진지한 모습을 유지한다는 것은 준비와 연습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기자회견이나 방송 인터뷰에는 항상 준비하고 연습하는 방법밖에는 왕도(王道)가 없다.

거울을 보며 연습하거나 실제로 비디오 촬영을 해보자. 어떤 표정을 짓는 것이 가장 편안하고 진지하게 보일 수 있는지 연습하는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화를 내고 있는 듯한 인상인지, 웃는 듯한 인상인지 자신의 이미지를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 있는 자세도 남다르게

기자회견을 할 때는 발의 위치도 계산해야 한다. 사람이 반듯이 서면 11자 형태로 발을 두게 된다. 하지만 10분 정도 지나면 다리가 아파 일명 ‘짝다리 짚기’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진실성을 보여줘야 할 상황에서 건방져 보이면 큰 일이다. 그래서 ‘짝다리 짚기’를 방지하기 위해 연설대 앞에 서는 방법부터 알아야 한다. ‘포디엄 스탠스(Podium Stance)’라고 하는데, 오른발이든 왼발이든 두 발 중에 한 발만 앞으로 살짝 내미는 방법이다. 이 경우 짝다리를 짚어도 상체가 흔들리지 않고 완전히 고정돼 아주 편안한 자세를 만들 수 있다. 방송인터뷰나 기자회견뿐만 아니라 연설을 할 때도 유용하다.

#넥타이와 셔츠 고르기

옷차림 같은 외형의 이미지도 짚어봐야 한다. TV로 볼 때 가장 편안하게 느껴지는 넥타이는 단색이나 무늬를 느끼지 못하는 잔무늬 넥타이다. 스트라이프가 굵게 들어간 넥타이들은 시청자의 신경을 자극하는 경우가 있으니, 단색의 차분한 넥타이나 양복을 고려해야 한다. 와이셔츠는 너무 하얀색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사과를 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흰색을 고르더라도, 신제품 발표처럼 좋은 일로 TV에 출연할 때는 색깔이 있는 와이셔츠를 입어도 좋다. TV는 콘트라스트가 심한 매체라 까만 양복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게 되면 본래 얼굴 색깔과 달라지는 등 일종의 왜곡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경우 물색 와이셔츠를 입으면 얼굴이 훨씬 더 편안하게 나올 수 있다.

#액세서리는 멀리, 옷차림은 가볍게

되도록 액세서리는 빼야 한다. 그 중에서도 번쩍이는 시계나 굵은테 안경, 넥타이 핀, 출렁거리는 긴 귀걸이, 진주 목걸이, 과도한 모양의 브로치 같은 것은 TV에 노출해서는 안 된다. 치장한 것처럼 보이거나 시선을 빼앗기게 만들기 때문이다. TV 9시 뉴스의 앵커나 리포터들이 어떤 액세서리를 하고 나오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면 도움이 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한다는 생각에 옷을 새로 사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긴장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느껴지는 옷을 입고 있다면 낭패다. 입던 옷 중에서 가장 편안하고 얇은 옷이 좋다.

한겨울에 기자회견을 하게 될지라도 수십, 수백명이 들어찬 기자회견장은 더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장에서 카메라를 향해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임을 인식해야 한다.

위기관리는 해도 좋고 안 해도 그만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위기관리를 하지 않으면 한 번의 위기로도 회사 문을 닫게 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중에서도 언론대응, 인터뷰 요령, 대응논리를 만드는 방법들은 구체적으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임원부터 직원들까지 위기 시 해야 하는 행동을 아주 세세하게 훈련해야만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정리=이주영 한경아카데미 연구원 opeia@hankyung.com




박재훈 R컨설팅 대표 jaypark63@gmail.com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서강대 언론대학원 PR전공 석사, 미국 오하이오대 저널리즘스쿨 PR전문가과정 수료, 동국대 광고홍보학 박사 △SK그룹 홍보실 기업문화팀장, 코콤포터노벨리 대표, 한국PR기업협회 회장, 서울여대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 △저서 ‘기업의 사고와 위기관리 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