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코스피지수는 단기 호재 소멸에 따라 숨고르기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출렁임 끝에 약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장 초반 등락을 지속하던 지수는 기관 매물 부담에 하락폭을 키워 2000대로 후퇴하기도 했다. 오후 들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진통을 겪은 끝에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시장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이후 프로그램 및 외국인 매수세 추가 유입에 힘입어 지수는 약보합권에서 장을 마무리지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차익 매물에 혼조세를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장중 1만3000선을 웃돌기도 했으나 장 후반 강보합으로 후퇴해 종가 기준 회복에는 실패했다. 국제유가도 급등해 증시에 부담을 줬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2.5% 뛰어 배럴당 105.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증시전문가들은 추가적인 호재를 찾기 힘든 데다 유동성의 힘도 약화되고 있어 당분간 조정장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 그리스 2차 구제금융 결정 등은 재료는 굵직했지만 이미 알려져 시장의 반응이 냉담했다"라며 "이제는 오히려 호재 소멸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장은 단기적으로 유동성 장세 속에서 등락을 반복하겠지만 추세를 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달 말 유럽중앙은행(ECB)의 2차 3년 만기대출(LTRO) 시행이 예정돼 있긴 하지만 이미 시장에는 충분히 많은 돈이 풀려 여기서 돈을 더 푼다고 유동성 공급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서 연구원은 또 "국내 기관이 매수세에 합류하려면 코스피지수가 최소 2050선에서 지지된다는 기대감이 조성돼야 하는데 지금은 이러한 상황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시장은 국내 증시 눈높이를 유럽이나 미국에 맞추려 하지만 내부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아 부담스럽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어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도 낮아보인다"라며 "유동성장세라도 쉴 때는 쉬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유동성의 힘으로 상승했던 운송, 조선, 증권, 은행, 화학업종이 유동성 힘이 약해지면서 전날 그리스 2차구제금융안 합의라는 호재보다는 차익실현 매물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하락했다"라고 판단했다.

그는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 방향에 따라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코스피지수의 흐름은 물가 안정, 외국인 순매수를 배경으로 2009년 3~7월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당시와 달리 현재는 가파른 실적 추정치 상향이 아직 안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이다.

김 연구원은 "앞으로 2~3개월간 박스권장세 속에서 업종별 실적 추정치 향방에 좀 더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