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인터넷 주식게시판에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원망 섞인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안 원장이 ‘안철수재단(가칭)’ 설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안철수연구소 지분을 대거 장내에서 매각한 데 따른 소액주주들의 원망이다.

안 원장이 재단에 출연할 주식 186만주 중 86만주를 매각한다는 소식이 나온 지난 8일 이후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14.5% 하락했다. 소액주주들의 원망을 들을 게 뻔한데도 굳이 안 원장이 장내에서 지분을 처분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안 원장은 연초 안철수재단에 출연할 주식 186만주(18.57%) 중 86만주(8.59%)를 블록세일(대량매매)하기 위해 기관투자가와 접촉했다. 하지만 장내 매각으로 선회했다. 지분 매각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기업이 블록딜을 하면 특정인과 미리 가격을 정해 놓고 주식 등을 사고팔았다는 ‘통정매매’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며 “어떤 오해도 사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정보가 모두 공개되는 장내 매각을 선택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안철수연구소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강용석 의원(무소속)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매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블록딜 거래가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지분 매각을 마냥 늦출 수만은 없었다. 재단이 출범하려면 건물 매입 자금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13일부터 17일까지 44만4517주(4.92%)를 장내 매도한데 이어 이날 나머지 41만 5483주를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단가는 10만~11만원 수준으로 총 매각금액은 약 930억원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마켓인사이트 2월21일 오전 8시32분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