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말만 갖다 붙이면 과학기금 '눈먼 돈'이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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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한림원, 작년엔 10억원…올해는 20억원 신청
교과부도 사용내역 몰라
교과부도 사용내역 몰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정길생)은 지난해 초 선도과학자지원위원회(위원장 오명)를 구성하고 노벨상에 근접한 과학자들을 지원하겠다며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진흥기금 10억원을 받아갔다. 올해는 20억원을 교과부에 신청했다. 과학자들의 해외 네트워크 구축과 국제행사를 지원하는 게 목적이다. 연구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우수 연구자들의 ‘얼굴’을 해외에 알리겠다는 것이다.
이미 과학기술국제교류 지원 명목으로 매년 1000억원가량의 국비가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금 관리의 허술함을 이용해 슬그머니 사업이 또 늘어난 셈이다. 한국연구재단은 지난해 과학기술국제협력사업으로 약 940억원을 썼고, 올해는 848억원 정도를 집행할 예정이다. 이 돈은 기금과 별개다. 반면 사업 내용은 국제화 기반 조성, 공동연구 지원, 협력 가능 분야 발굴 등 네트워크 구축이 골자로 선도과학자지원사업과 거의 비슷하다.
신영균 한림원 정책연구센터 부소장은 “(10억원 중) 7억원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인건비로 전입했다”며 “구체적인 용처는 사업의 특성상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과부의 담당 부서도 이 사업의 성격을 잘 모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교과부 관계자는 “오는 4월께 결산자료를 넘겨받는데 현재로선 구체적 용처 파악을 못했다”고 말했다.
또 과기진흥기금은 국가재정법상 운용 규제를 받지만 사실상 용처 파악이 어렵다. 주로 과학기술 관련 단체 지원 용도로 쓰이며, 이들 단체는 직접 감사 대상이 아니라 교과부에서 연구재단을 거쳐 우회적으로 관리되기 때문이다.
과기진흥기금으로부터 매년 600억원가량을 받아 기관운영비 과학문화확산사업 등에 쓰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교과부 국정감사에서는 창의재단의 ‘읍면동 생활과학교실 사업(50억원)’과 국가시책 특별교부금 사업인 ‘학교로 가는 생활과학교실(55억원)’의 중복문제가 제기됐다. 재단과 교육청이 각자 따로 돈을 쓰면서 사업을 위탁한 책임운영기관(대학 과학기술단체 등)이 32개나 동일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대학 등이 양쪽에서 ‘눈먼 돈’을 톡톡히 챙긴 셈이다.
한국연구재단 기금관리팀 관계자는 “기금을 받는 기관이 집행내역과 잔액을 통보하면 증빙서류 누락 등을 검토하는 정도에서 정산을 진행 중이며 세세한 내역은 현실적으로 확인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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