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산업 창업주 부인 '59년만에 학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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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향 명예회장…대구가톨릭大 "한국 詩문학 발전에 기여"
"잃어버린 세월 찾은 듯 감격"…딸도 수필가 '3代가 文人'
"잃어버린 세월 찾은 듯 감격"…딸도 수필가 '3代가 文人'
“시집을 낼 때마다 저자 소개에 ‘효성여대 졸업’이 아닌 ‘효성여대 수학’이라 쓸 수밖에 없어 늘 아쉬움이 컸지요. 오늘 졸업장은 저의 잃어버린 날들을 되찾아준 것이어서 더 감격스럽습니다.”
문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 온 이일향 사조산업 명예회장(82·사진)이 대학 입학 59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그는 고 주인용 사조그룹 창업주의 부인이자 15~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62)의 어머니다.
이 명예회장은 20일 대구가톨릭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문학사 명예학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측은 그가 정규 교과목을 이수하진 못했지만 한국 시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이례적으로 명예학사학위를 줬다. 이 명예회장은 “인생 전반을 여자 아내 엄마로서만 살았다면 인생 후반은 시인으로 살고 있다”며 “뒤늦은 나이에 문학을 시작했지만 지난 30여년간 정말 열심히 시조와 시를 썼다”고 말했다.
1953년 대구가톨릭대의 전신인 효성여대 문학과에 진학한 이 명예회장은 입학 당시 슬하에 주 회장과 주영주 이화여대 교육공학과 교수(60) 등 1남1녀를 둔 상태였다. 이듬해 셋째 딸(주연아·수필가·57)을 낳으면서 육아를 위해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자녀 둘을 더 낳아 5남매를 키운 이 명예회장은 49세 때 남편을 여의고 상실감에 빠졌다가 민족시인인 아버지 고 이설주 시인의 권유로 다시 문학에 몰두하게 됐다. 1979년 백수 정완영 선생에게 시조를 배우기 시작해 1983년 등단, 첫 시조집 ‘아가(雅歌)’를 출간했다.
아들인 주 회장은 이 명예회장이 쓴 시에 대해 애틋한 기억을 갖고 있다. 주 회장은 “어머니는 우리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집에서 자식들을 맞아줬고 틈틈이 시를 써서 직접 들려주기도 하셨다”고 회고했다.
이 명예회장은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윤동주문학상, 노산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고문,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여성시조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사조그룹 경영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시집 ‘밀물과 썰물 사이’ ‘목숨의 무늬’ ‘그 곳에서도’ 등에 이어 재작년 9월 ‘기대어 사는 집’을 출간하는 등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모교를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시를 쓰겠다고 말했다. “저에게 시는 나에 대한 구원이자 생명의 연장입니다. 하나님에 기댄 묵상이고, 나의 삶에 대한 명상이기도 합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문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 온 이일향 사조산업 명예회장(82·사진)이 대학 입학 59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그는 고 주인용 사조그룹 창업주의 부인이자 15~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62)의 어머니다.
이 명예회장은 20일 대구가톨릭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문학사 명예학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측은 그가 정규 교과목을 이수하진 못했지만 한국 시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이례적으로 명예학사학위를 줬다. 이 명예회장은 “인생 전반을 여자 아내 엄마로서만 살았다면 인생 후반은 시인으로 살고 있다”며 “뒤늦은 나이에 문학을 시작했지만 지난 30여년간 정말 열심히 시조와 시를 썼다”고 말했다.
1953년 대구가톨릭대의 전신인 효성여대 문학과에 진학한 이 명예회장은 입학 당시 슬하에 주 회장과 주영주 이화여대 교육공학과 교수(60) 등 1남1녀를 둔 상태였다. 이듬해 셋째 딸(주연아·수필가·57)을 낳으면서 육아를 위해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자녀 둘을 더 낳아 5남매를 키운 이 명예회장은 49세 때 남편을 여의고 상실감에 빠졌다가 민족시인인 아버지 고 이설주 시인의 권유로 다시 문학에 몰두하게 됐다. 1979년 백수 정완영 선생에게 시조를 배우기 시작해 1983년 등단, 첫 시조집 ‘아가(雅歌)’를 출간했다.
아들인 주 회장은 이 명예회장이 쓴 시에 대해 애틋한 기억을 갖고 있다. 주 회장은 “어머니는 우리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집에서 자식들을 맞아줬고 틈틈이 시를 써서 직접 들려주기도 하셨다”고 회고했다.
이 명예회장은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윤동주문학상, 노산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고문,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여성시조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사조그룹 경영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시집 ‘밀물과 썰물 사이’ ‘목숨의 무늬’ ‘그 곳에서도’ 등에 이어 재작년 9월 ‘기대어 사는 집’을 출간하는 등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모교를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시를 쓰겠다고 말했다. “저에게 시는 나에 대한 구원이자 생명의 연장입니다. 하나님에 기댄 묵상이고, 나의 삶에 대한 명상이기도 합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