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LG, 대형 OLED 투자 앞당긴다
“이제 몇달 내로 회사 운명을 좌우할 신제품이 나온다.”

조수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사장은 지난달 이같이 밝혔다. 신제품은 TV용 55인치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말한다.

OL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주력으로 부상하면서 삼성과 LG가 대형 OLED 패널에 대한 투자를 앞당기고 있다. 조기 양산을 위해 서둘러 재원을 마련하고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OLED가 디스플레이 산업뿐 아니라 TV 시장의 지형마저도 바꿀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삼성디스플레이 통해 집중 투자

삼성ㆍLG, 대형 OLED 투자 앞당긴다
20일 분사가 확정된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4월 출범 직후 SMD와 합병에 착수한다. 분사가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닌 OLED 집중 투자로 해석되는 이유다.

OLED를 생산 중인 SMD의 가장 큰 고민은 투자재원 조달이었다. 2010년 공장을 착공한 SMD는 1조4000억원을 투자했고 지난해엔 4조원을 쏟아부었다. 올해는 5조원가량 투자한다. 그렇지만 자체 조달은 불가능하다. 2010년 3200억원, 지난해 9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턱없이 모자란다.

하지만 LCD사업부와 합병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LCD사업부가 가진 현금 등 유동자산만 4조3000억원이다. 이에 따라 SMD는 아산 탕정에 구축해놓은 8세대 OLED 시험생산라인을 조기에 양산라인으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8세대는 2200×2500㎜ 패널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기판 1장당 55인치와 46인치 OLED를 각각 6장과 8장 생산할 수 있다. LCD사업부가 가진 2개의 8세대 라인 중 일부를 OLED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회사는 매출 규모 30조원대의 삼성 내 2위 회사다. 향후 상장을 통해 투자자금을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

LG, 7월부터 패널 시험 생산

LG디스플레이는 당초 연말 확정지으려던 8세대 OLED 투자 계획을 오는 6월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4분기 실적설명회에서 “대형 OLED 기술 검증과 양산 투자에 대한 판단을 당초 계획보다 1, 2분기 정도 앞당길 것”이라며 “신규 투자 및 기존 LCD 라인 전환 등을 포함한 다양한 옵션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정식 양산에 앞서 7월부터 OLED 시험 양산을 시작한다. 8세대 기준으로 월 8000장, TV 기준으로 4만8000장의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3억달러 신디케이트론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또 OLED 사업부에 전무급 임원 2명을 포진시키는 등 조직도 개편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중소형 OLED 투자는 삼성에 뒤졌지만 대형 OLED는 기술부터 다른 만큼 승산이 있다”며 “지난달 미국 가전전시회(CES)에서도 LG는 완제품 형태의 55인치 OLED TV를 선보였지만 삼성은 시제품 형태였다”고 말했다.

OLED 안착 관건은 수율

OLED는 TV 시장의 구세주로 일컬어진다. 지난 몇년간 3DTV와 스마트TV가 시장에 나왔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3D TV와 스마트 TV는 새 수요 창출에 성공하고 있지 못하지만 OLED TV는 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OLED는 LCD에 비해 빠른 응답 속도와 선명한 화질, 낮은 소비전력 등 장점을 갖춘 데다 구부릴 수 있거나 종이처럼 말 수 있는 등 다양한 장점을 지녀서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OLED TV가 TV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하지만 관건은 수율”이라며 “대형 OLED 패널의 수율은 10%에 못 미치는데 이를 대폭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