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1호 북한학 박사 김희철 지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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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종사자로는 최초로 북한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희철 국민은행 서울 한강로 지점장(49·사진)은 20일 오후 기자와 만나 “남북한 교류가 시작되면 평양 지점장에 도전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지점장은 지난 17일 동국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3년 반을 공부한 끝에 ‘한반도 통일비용에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북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금융권 종사자가 전혀 관련없어 보이는 북한학을 배우게 된 이유는 뭘까. 김 지점장은 “남이 관심을 두지 않는 영역에서 나만의 경쟁력을 갖추고 싶었다”며 “북한의 금융산업은 미개척 분야이기때문에 세계 어느 시장보다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은행 저금’이 유일한 금융상품이지만 은행에 자발적으로 저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재산이 많은 게 알려지면 조사가 들어오는 등 감시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부터 은행들이 철저히 준비한다면 낙후된 북한의 금융산업은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지점장의 전공은 영문학. 핀란드 헬싱키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지만 북한학에는 ‘문외한’이었다.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 6000만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야 할 정도로 경제적인 어려움도 겪었다. 더욱이 박사과정에는 군인 경찰 연구원 등 북한 관련 직업군이 많은 과정이라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23년간 종사해 온 금융업의 경험을 살려 ‘한반도 통일비용에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내놓은 논문에는 재래시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과 복권의 개념을 혼합한 ‘통일상품권’이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복권 수익금으로 통일기금도 마련하고 상품권으로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는 상품을 제시, 교수들에게서 호평 받았다.
김 지점장은 탈북자들을 위한 금융 상품도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다. 그는 “2만3000명에 달하는 새터민을 위한 금융 상품이 국내에는 거의 없다”며 “그들이 국내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서비스와 금융 상품을 제안한다면 영구적인 고객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