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꺼져가는 불씨라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잿불이다. 아직 미약하지만 언제고 몸집을 키울 수 있다.

20일 증시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아직까지는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공급에 나서 중기적으로, 혹은 이란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된다면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자용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은 올해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으며 지난해 높은 물가에 따른 기저효과까지 반영하면 올해 인플레이션 부담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유럽 등은 재정긴축에, 중국은 부채 건전화에 나서고 있어 글로벌 총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볼커룰을 중심으로 한 규제 강화로 금융 및 실물자산에 대한 투기적인 수요가 약화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원재자 가격 상승세가 지난해에 비해 강하지 않고 전 세계 국가들의 성장 속도도 지난해에 비해 빠르지 않은 만큼 물가 급등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라고 말했다.

윤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지금은 경기둔화와 물가하락이 맞물리는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다만 "신흥국이 투자 중심의 성장 흐름을 지속하고 있고 선진국이 실질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기 인플레이션 환경을 유지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변수는 중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선진국과 이란의 충돌로 유가가 급등할 경우 인플레이션은 화톳불로 변할 수 있다. 구 센터장과 송 센터장 모두 이란 핵개발을 둘러싸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유가가 급등해 경기와 자산가격에 압박을 줄 수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