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英佛 원유수출' 중단‥서방, 압박 지속
일부 `갈등관리' 양상도…IAEA 행보 `주목'

핵무기 개발 의혹을 둘러싼 이란과 서방의 갈등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이란의 20∼21일 추가 회동을 앞두고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외무장관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기 싸움이 오히려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란, 무력시위…英·佛에 원유수출 중단 = 먼저 이스라엘과 서방을 겨냥한 이란의 무력시위가 걸프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란은 지난 18일 군함 2척을 수에즈 운하를 통해 지중해에 파견했다.

하비볼라 사야리 이란 해군 사령관은 이와 관련, "이란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중해를 접한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시위인 셈이다.

지난해 2월에도 이란 군함 2척이 1979년 이후 최초로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과, 지중해에 도달해 이스라엘과 미국의 반발을 샀었다.

이란 최정예 혁명수비대는 19일 중부 사막 지역에서 이틀간의 지상군 훈련에 돌입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지상군 사령관인 모하마드 파크푸르 준장은 전날 군사훈련을 예고하며 "`지역 밖'의 적대 세력에 대항하는 혁명수비대의 힘을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아울러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대한 보복조치로 영국과 프랑스에 대한 자국산 원유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고 이날 공식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이란 프레스 TV는 프랑스와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EU 6개 회원국에 원유 수출을 끊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밖에 같은 날 새로운 우라늄 농축 장비인 제4세대 원심분리기 개발 사실을 공개하는 등 서방의 제재와 관계없이 핵개발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서방 압박 지속‥이스라엘 "제재 강화해야" = 미국과 EU는 금융제재의 일환으로 국제은행 간 자금결제통신망(SWIFT·스위프트)에서 이란을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란과 외부세계 사이의 금융망을 단절, 국제 금융거래에서 이란이 설 자리를 더욱 좁게 만들려는 것이다.

또 IAEA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의 일부 외교관들이 전날 AP 통신에 익명을 요구하며 "이란이 핵무기 제작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것도 국제사회에 이란 핵개발의 위험성을 강조해 이란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을 방문 중인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전날 도쿄에서 "이란이 `면책 단계'에 진입하기 전에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책 단계'란 바라크 장관이 자주 사용한 말로, 이란 핵 프로그램이 물리적 공격으로 타격할 수 없을 만큼 진전된 시점을 의미한다.

◇`갈등 관리' 양상도‥IAEA 행보 주목 = 그러나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갈등을 관리하려는 분위기도 이란이나 미국 양측 모두에서 포착됐다.

이란은 핵 역량 강화 사실을 대대적으로 발표하기 전날 핵협상 대표 사이드 잘릴리 명의로 미국 측에 서한을 보내 협상 재개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특히 이번 서한은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요구해 왔던, 지난해 10월 보낸 서신에 대한 답장 형식으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살레히 외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에 대한 언급 없이 이란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독일 등 소위 `P5+1' 6개국 간 핵협상이 터키 이스탄불에서 재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은 CNN과 한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일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란 핵시설 선제공격 주장에 일침을 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날 테헤란에 도착해 20∼21일 이란 측과 협상하는 IAEA 고위급 대표단의 행보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달 29∼31일 첫 방문 당시 이뤄지지 않았던 이란 핵시설 시찰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빈의 외교관들은 IAEA가 대표단의 이번 방문에서 기대하는 것이 거의 없다면서 주요 핵시설 시찰 가능성도 작은 것으로 전망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당초 21∼22일로 예정됐던 IAEA 대표단의 이란 방문 일정은 양측의 사정상 하루씩 앞당겨졌다.

(두바이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