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문의가 있으신 분은 지역구 사무실로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4·11 총선을 54일 앞둔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 곳곳에 이런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의원실이 회관 문을 닫고 통째로 지역구로 옮겨간 것이다.

평소 사람들로 북적이던 의원회관 복도도 썰렁한 모습이었다. 여야가 슬그머니 지난 15일부터 한 달 일정으로 국회를 소집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의원들이 떠난 개점휴업 국회인 셈이다.

전체 295개의 의원실 중 의원과 보좌진 모두가 자리를 비우고 문을 걸어잠근 방이 54곳이었다. 5개 중 1개는 비어있는 셈이다. 문은 열려 있지만 한 명의 직원이 자리만 지키고 있는 곳도 적지 않았다.

여야의 공천전쟁이 시작되면서 의원들이 보좌진까지 총동원해 지역구 다지기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의원회관 문을 닫은 의원실은 새누리당이 29개였고 민주통합당은 23개였다. 여야 공히 현역의원 물갈이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의원 수에 비해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많은 건 “인지도가 높더라도 지지율이 낮은 현역의원에게는 확실한 불이익을 주겠다”는 당 지도부의 방침이 전달된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여야가 조용히 국회 문을 열어놓은 것은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현안들이 적지 않아서다. 당장 여야가 텃밭 지역구 지키기라는 밥그릇 싸움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선거구 획정을 매듭지어야 한다.

민생경제 법안들도 이번에 처리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되는 만큼 이에 따른 비난여론이 들끓을 것을 우려해 일단 시간을 벌어놓자는 꼼수라는 관측이다.

남윤선/도병욱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