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訪美 결산…美에 '퍼주고' 친근한 이미지 심어
“나의 미국 방문은 완전히 성공적이었다.”

미국을 방문했던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부주석이 한 말이다. 그는 지난 17일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한 학교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의 만남은 매우 유익했다”며 이같이 자평했다. 인민일보도 19일 “시 부주석이 외교 현장에서 침착하고 개방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로 미국 언론의 칭찬을 받았다”며 “시 부주석의 방미는 중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시 부주석은 4박5일간의 미국 방문 동안 주요 2개국 ‘G2’ 멤버로서 중국의 위상을 확고히 하면서도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워싱턴 아이오와 LA 등을 방문한 시 부주석에게 미국은 국가정상급 예우를 갖췄다. 시 부주석도 “21세기 미래는 미국과 중국의 협력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두 나라의 협력을 시종일관 강조했다.

중국 경제의 힘도 과시했다. 500명의 구매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한 그는 아이오와에서 43억달러어치 콩을 사들이고, LA에서는 3억3000만달러 규모의 상하이 ‘오리엔탈 드림웍스’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시 부주석 방미 기간 체결된 구매계약 규모는 270억달러에 이른다. 또 미국 영화 수입을 연간 20편에서 34편으로 크게 늘리기로 합의하는 등 미국의 요구를 통 크게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바이든 부통령은 “그가 친근한 이미지를 심었지만 미국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준 것은 아니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무역 인권 외교 안보 등 미·중 대립을 불러온 첨예한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합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노타이 차림으로 농구 경기를 보고, 트랙터 운전대에 스스럼없이 올라가는 등 역대 중국 지도자들과는 달리 서민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줬다”면서도 “그가 미국의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한편 시 부주석은 18일 다음 방문지인 아일랜드에 도착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