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옴부즈만실이 주최한 ‘시험·검사·인증 규제발굴 간담회’에서 중소기업들이 그동안 참았던 불만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신제품 하나 인증받는 데만 수백만원씩 들어가는데다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중복검사도 많아 허리가 휠 지경이라는 호소다. 법정, 민간인증 등 파악된 것만 174개다. 이쯤되면 기업이 봉이냐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이 문제는 사실 그 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 때마다 개선한다는 얘기가 들렸지만 그뿐이었다. 여기에는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 과거 정부가 직접 수행하던 시험·검사·인증을 대신하고 있는 곳들은 거의 정부 산하단체들이다. 퇴직 공무원들이 기관장으로 내려와 분야마다 하나씩 꿰차고서는 땅 짚고 헤임치기식 영업을 한다. 말이 영업이지 수수료나 기간단축 경쟁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규제를 자꾸 만들지 그 고민만 하면 된다. 여기에다 정부 출연금과 보조금까지 챙긴다. 미국의 UL 등 전문적인 시험·검사·인증기업들이 서비스 경쟁을 하는 선진국과는 딴판이다. 경쟁력이 있을 리 없다.

이러다 보니 무역으로까지 불똥이 튄다. 국가마다 기술규정이 다 달라 기업이 시험·검사·인증이라는 기술장벽을 넘지 못하면 아예 물건 자체를 팔 수가 없다. 각국 시험·검사·인증기관들이 모여 상호인정을 통해 중복을 없애자고 하지만 그것도 수준이 비슷할 때나 통하는 얘기다. 결국 현지에서 별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국내 기업이 수두룩한 상황이다. 중소기업 형편에서는 그야말로 골병이 들 정도다. 중소기업옴부즈만실에서는 20개 분야를 선정, 인증부담을 줄일 방안을 마련하겠다지만 그 정도로는 안된다. 차제에 유사한 기관들을 통폐합, 민영화시켜 국제 경쟁을 하도록 구조개편을 단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