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에서 ‘공천 칼자루’를 쥔 여야 공천심사위원회 수장들의 상반된 성향이 공천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홍원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장은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최대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반면 강철규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장은 스스로 화두를 제시하는 등 소신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정 위원장은 출범 이후 공천 심사 방향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세 번의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정도’ ‘원칙’ ‘객관성’ 등 중립적인 키워드만 되풀이했다. 지난 13일 당내 중진들을 향해 용퇴 결단을 요구하면서도 “나라와 당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고 자기를 버리는 많은 분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만 했다. 당 관계자는 “중진들의 용퇴에 대해 당 분위기가 무르익은 상황에서 그것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며 “정 위원장은 최대한 무색무취한 모습을 보이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공천위 회의에서도 정 위원장은 자신의 입장을 강조하기 보다는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정한 방침을 구체화하고, 다른 공천위원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데 힘을 쏟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민주당의 ‘강철규 공심위’는 뚜렷한 색깔이 특징이다. 강 위원장이 예비후보들에게 ‘사람의 가치와 경제의 가치가 충돌할 때 어떻게 하겠느냐’는 등의 질문을 던지고 답을 제시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강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람을 당연히 우선시해야 한다는 식의 이분적인 답은 고3 수준”이라며 “수많은 조합이 있어 정답이 없는 질문인데 얼마나 후보들이 입체적인 고민을 하는지 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심위와 한명숙 대표 등 지도부와 특정 후보를 놓고 입장이 다른 경우에도 “의견이 충돌할 경우 공천 권한은 공심위에 있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외부 공심위원의 비례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심판이 선수로 뛰어서는 안된다”며 가능성을 일축하는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도병욱/김형호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