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후 지구? SF소설에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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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스토리 - 2030 기자의 아날로그 이야기
사람손짓 인식·홀로그램 키보드…수십년 전 소설속 공상이 현실로
기계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등 섬뜩한 미래는 재현 돼선 안돼
사람손짓 인식·홀로그램 키보드…수십년 전 소설속 공상이 현실로
기계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등 섬뜩한 미래는 재현 돼선 안돼
미국의 SF(Science Fiction·공상과학) 소설가 로저 젤라즈니의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1971)란 이름의 중·단편 소설집에는 ‘악마차(Devil Car)’란 짤막한 소설이 수록돼 있다. 20페이지를 채 넘지 않는 이 소설의 주제는 자동차 간의 사랑이다. 미래에 자동차들이 인공지능을 갖게 되면서 그 가운데 일부는 인간에게 반기를 들고 무리를 지어 습격을 하기에 이른다. 이런 차들은 ‘야생차’라고 불린다.
인간인 샘 머독은 야생차의 우두머리격인 ‘악마차’에게 형을 잃고 복수를 위해 최고의 기술을 결집한 ‘제니’를 만든다. 머독은 며칠을 추적한 끝에 악마차를 찾아냈지만 악마차에 반해버린 제니 탓에 작전에 실패한다. 머독은 제니를 다그쳐 결국 악마차를 없애는 데 성공하지만 제니는 악마차와 이뤄질 수 없었던 사랑으로 슬픔에 빠진다.
◆SF 소설은 기술 발전의 ‘예언서’
SF 소설은 기본적으로 과학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밑바닥에 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현실에선 겪을 수 없는 경이와 공포 등을 그리는 소설이다.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와 함께 SF 소설의 3대 거장으로 손꼽히는 로버트 하인라인은 1957년 한 대학 강연에서 “SF란 과거와 현실 세계에 관한 충분한 지식과, 과학적 방법의 성질과 의미에 대한 완전한 이해에 입각한, 실현 가능한 미래의 사상에 관한 현실적인 예측”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어디까지를 SF로 볼 것인가를 두고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지만 용이 날아다니고 마법으로 싸우는 ‘판타지’ 소설과 달리 과학적·공학적 개연성을 기반에 둔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과학적 상상력 덕분일까. SF 소설은 종종 일종의 ‘예언서’가 되기도 한다. 가령 1960~1970년대 활동한 SF 소설가 필립 K 딕의 단편을 바탕으로 영화로 만들어진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페이첵’(2003) 등에는 허공에서 손짓으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소설이 나왔을 때는 말 그대로 ‘공상’ 수준의 이야기였고 영화 개봉 당시에도 신기한 장면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최근 사람의 손짓을 인식하는 스마트폰이 잇따라 발매되는 등 소설에 등장했던 기술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홀로그램 키보드 등도 상용화 가능한 수준까지 개발됐다고 한다.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광고를 보내거나 홍채·망막 등으로 사람을 인식하는 기술은 더이상 새롭다고 할 수도 없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연히 소설에 나왔던 것들을 현실로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소설이 기술 발전의 ‘지침’이 됐는지도 모를 노릇이다.
◆‘디스토피아’까지 재현해선 안돼
하나같이 음울한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삼는다는 점도 SF 소설의 공통점이다. ‘쥬라기 공원’으로 알려진 마이클 크라이튼의 첫 장편소설인 ‘안드로메다 스트레인’(1969)은 외계에서 들이닥친 세균 때문에 지구가 위협당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1950)은 인간과 갈등을 일으키고 저항하는 로봇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한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기술 발전에 대한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기술 발전이 어떤 미래를 가져올 것인가를 두고 대화를 나누던 가운데 나온 이야기다. 그는 “어떤 식의 디스토피아가 만들어질지는 정보기술(IT) 엔지니어와 바이오 엔지니어 가운데 누가 더 열심히 일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IT 기술의 발전이 더 빠르다면 ‘아이, 로봇’이나 ‘터미네이터’처럼 기계에 의한 디스토피아를 떠올리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 반면 생명공학 분야가 눈부시게 발전한다면 ‘레지던트 이블’, ‘28일 후’처럼 신종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고생하는 음울한 미래가 연결된다는 것이다.
물론 농담처럼 지나간 이야기였지만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부작용을 간과할 수 없다. 과거 SF 소설에선 개인정보를 탈취해 타인의 인격을 가장하거나 사회적으로 지워버리는 등의 모습이 숱하게 그려졌다. 당시엔 섬뜩하게 다가왔겠지만 해킹을 통한 개인정보의 유출이 일상화되고 온라인과 모바일 공간에서 타인을 가장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상대로 이뤄진다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인간인 샘 머독은 야생차의 우두머리격인 ‘악마차’에게 형을 잃고 복수를 위해 최고의 기술을 결집한 ‘제니’를 만든다. 머독은 며칠을 추적한 끝에 악마차를 찾아냈지만 악마차에 반해버린 제니 탓에 작전에 실패한다. 머독은 제니를 다그쳐 결국 악마차를 없애는 데 성공하지만 제니는 악마차와 이뤄질 수 없었던 사랑으로 슬픔에 빠진다.
◆SF 소설은 기술 발전의 ‘예언서’
SF 소설은 기본적으로 과학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밑바닥에 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현실에선 겪을 수 없는 경이와 공포 등을 그리는 소설이다.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와 함께 SF 소설의 3대 거장으로 손꼽히는 로버트 하인라인은 1957년 한 대학 강연에서 “SF란 과거와 현실 세계에 관한 충분한 지식과, 과학적 방법의 성질과 의미에 대한 완전한 이해에 입각한, 실현 가능한 미래의 사상에 관한 현실적인 예측”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어디까지를 SF로 볼 것인가를 두고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지만 용이 날아다니고 마법으로 싸우는 ‘판타지’ 소설과 달리 과학적·공학적 개연성을 기반에 둔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과학적 상상력 덕분일까. SF 소설은 종종 일종의 ‘예언서’가 되기도 한다. 가령 1960~1970년대 활동한 SF 소설가 필립 K 딕의 단편을 바탕으로 영화로 만들어진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페이첵’(2003) 등에는 허공에서 손짓으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소설이 나왔을 때는 말 그대로 ‘공상’ 수준의 이야기였고 영화 개봉 당시에도 신기한 장면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최근 사람의 손짓을 인식하는 스마트폰이 잇따라 발매되는 등 소설에 등장했던 기술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홀로그램 키보드 등도 상용화 가능한 수준까지 개발됐다고 한다.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광고를 보내거나 홍채·망막 등으로 사람을 인식하는 기술은 더이상 새롭다고 할 수도 없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연히 소설에 나왔던 것들을 현실로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소설이 기술 발전의 ‘지침’이 됐는지도 모를 노릇이다.
◆‘디스토피아’까지 재현해선 안돼
하나같이 음울한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삼는다는 점도 SF 소설의 공통점이다. ‘쥬라기 공원’으로 알려진 마이클 크라이튼의 첫 장편소설인 ‘안드로메다 스트레인’(1969)은 외계에서 들이닥친 세균 때문에 지구가 위협당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1950)은 인간과 갈등을 일으키고 저항하는 로봇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한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기술 발전에 대한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기술 발전이 어떤 미래를 가져올 것인가를 두고 대화를 나누던 가운데 나온 이야기다. 그는 “어떤 식의 디스토피아가 만들어질지는 정보기술(IT) 엔지니어와 바이오 엔지니어 가운데 누가 더 열심히 일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IT 기술의 발전이 더 빠르다면 ‘아이, 로봇’이나 ‘터미네이터’처럼 기계에 의한 디스토피아를 떠올리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 반면 생명공학 분야가 눈부시게 발전한다면 ‘레지던트 이블’, ‘28일 후’처럼 신종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고생하는 음울한 미래가 연결된다는 것이다.
물론 농담처럼 지나간 이야기였지만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부작용을 간과할 수 없다. 과거 SF 소설에선 개인정보를 탈취해 타인의 인격을 가장하거나 사회적으로 지워버리는 등의 모습이 숱하게 그려졌다. 당시엔 섬뜩하게 다가왔겠지만 해킹을 통한 개인정보의 유출이 일상화되고 온라인과 모바일 공간에서 타인을 가장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상대로 이뤄진다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