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금융감독원 심사에 올해 들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받은 기업 수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조달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16일 금감원에 따르면, STX팬오션은 전날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 받아 이날부터 17일까지 예정됐던 25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일반공모 청약이 연기됐다.

금융감독원은 청약 하루를 앞두고 STX팬오션에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의 이 같은 요구는 이달 1일부터 시행된 '금융투자회사의 기업실사 모범규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일부 기업들이 증권신고서 등에 중요사항을 거짓으로 기재하거나 누락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모범규준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회사는 기업실사 이행결과를 바탕으로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에 중요사항이 제대로 기재됐는지 확인하고 실사 자료 등은 사후 관리하게 됐다.

STX팬오션 측은 "최근 금감원에서 규정 등을 강화하면서 투자 위험요소 등에 대한 자료를 추가적으로 요청했다"며 "이에 따라 정정신고서를 오늘 중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TX팬오션 외에도 올해 정정신고서 제출로 자금조달 일정이 미뤄진 기업은 적지 않다.

그린손해보험은 지난 3일 금감원으로부터 정정 요구를 받아 유상증자 일정이 예정보다 한 달 가량 늦춰졌다. 케이아이씨도 지난 6일 금감원으로부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은 상태다.

올해들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은 상장 기업은 총 9곳으로 2011년(3건), 2010년(0건), 2010년(0건) 대비 급증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시장 전반의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기업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업종별에 따라 어려운 부분을 살펴보고 있다"며 "증권신고서에는 중요한 사항이 정확하게 언급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에는 투자자들도 좀더 정확한 정보를 원하고 있다"며 "일반 투자자들의 경우 증권신고서의 모집 또는 매출에 관한 사항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겠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기업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