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섬유는 강철보다 4분의 1가량 가볍고 강도는 10배 강한 신소재로 원료에 따라 폴리아크릴로니트릴(PAN)계, 피치계, 레이온계로 나뉜다.

PAN계 탄소섬유는 PAN을 1000~2000도의 온도에서 구워 만들며, 피치계 탄소섬유는 석탄이나 석유에서 나오는 피치를 섬유화한 뒤 PAN계와 같은 공정을 거쳐 생산한다. 일반적으로 PAN계 탄소섬유가 구조체로서 특성이 좋아 다른 종류에 비해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레이온계 탄소섬유는 레이온 섬유를 원료로 사용해 생산되지만 특성 조절이 어려워 PAN계 탄소섬유에 비해 쓰임새가 많지 않다는 게 단점이다.

◆탄소섬유의 역사

탄소섬유는 1958년 미국의 유니온 카바이드(Union Carbide)사에서 처음 개발했다. 이후 영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탄소섬유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됐으며 1960년대 초 일본에서 PAN계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하면서 제품 상용화의 첫 발판이 마련됐다. 도레이는 일본의 뛰어난 탄소섬유 기술을 기반으로 연구·개발에 주력, 기존 제품보다 뛰어난 고탄성·고강도 탄소섬유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1970년대 초 본격 양산된 도레이의 T300 탄소섬유는 낚싯대, 골프채 등 주로 일상생활용품 등을 생산하는 데 쓰였다. 그러나 1976년 고유가 시대를 맞으면서 탄소섬유의 범용 범위는 일반 소비재에서 산업재로 확장됐다. 비행기 연료 절감을 고민하던 항공업계는 탄소섬유가 강철보다 가볍고 강도는 훨신 강하다는 점에 주목, 탄소섬유를 비행기 동체 제작에 이용하게 됐다. T300은 보잉과 에어버스의 항공기는 물론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제조에도 사용됐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기존 제품보다 가볍고 강도가 더 커진 T800이 비행기 차제 제작의 핵심 소재로 각광받게 됐다.

◆자동차와 탄소섬유는 ‘찰떡궁합’

탄소섬유가 산업 전반에 널리 사용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고강도’라는 특성 때문이다. 탄소섬유의 실 가닥은 5~7㎛(마이크로미터) 직경의 미세 섬유 수천개로 구성돼 있어 다른 소재보다 튼튼하다는 게 강점이다. 쉽게 변형이 가능한 특성 덕택에 다른 제품과의 결합도 쉽다.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은 물론 탄소섬유 강화 폴리머, 탄소-탄소 복합재료 등 다양한 제품으로 확장 적용이 가능하다.

최근 들어 탄소섬유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자동차다. 자동차업계는 차체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가인 유리섬유 복합재료를 활용해왔다. 탄소섬유 기술 개발로 가격 부담이 작아지자 자동차 차체를 비롯해 각종 부품 등에 탄소섬유 사용을 늘리기 시작했다.

국내외에서 에너지 절감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탄소섬유는 자동차 제작에 있어 없어선 안 될 필수 신소재로 자리잡고 있다. 도요타는 2010년 12월 처음으로 탄소섬유 강화 수지(CFRP)를 적용한 고성능 스포츠카를 생산, 판매했다. 차체 구조의 65%를 탄소섬유로 구성, 기존 알루미늄 차체와 비교해 무게를 100㎏가량 줄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부터 판매에 들어간 후지중공업 계열의 스바루 스포츠카는 도레이와 공동 개발한 CFRP 루프를 채택했다. 중량은 기존 제품 대비 20% 감소했으며 루프가 가벼워짐에 따라 차체 중심이 낮아져 안정감이 한층 더 향상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독일 다임러도 탄소섬유를 이용한 차량 제작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0년 4월 도레이와 CFRP 자동차 부품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으며 2013년 메르세데스벤츠 승용차에 탄소섬유를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탄소섬유 강화 공법인 RTM 기술을 적용, 제품 공정 주기도 크게 단축할 계획이다.

BMW도 2015년 판매를 목표로 개발 중인 전기자동차 부품에 탄소섬유를 원료로 하는 아크릴 섬유를 적용할 방침이다. 전기자동차 특성상 중량 부담을 현저히 줄여 경량화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탄소섬유는 차체의 무게뿐만 아니라 진동도 줄여줘 승차감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에 ‘도레이 효과’ 확산

탄소섬유 수요가 늘면서 국내 업체들도 이 분야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태광산업과 효성이 탄소섬유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국내 업체들이 탄소섬유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1970년대부터 생산을 시작한 일본 기업들을 따라잡으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2010년 세계 시장을 살펴보면 도레이가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고 도호, 미쓰비시레이온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국내 화섬업계 관계자는 “탄소섬유는 화섬업체들이 지니고 있는 핵심 기술들을 자연스럽게 연계, 발전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면서도 “기술 개발 등 진입장벽이 높아 국내 업체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데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