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빼고 다시!" 월가 애널들 '이중 보고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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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 실적으로 시장 왜곡
S&P500 4분기 이익증가율, 애플 넣냐 빼냐 따라 4%P 差
S&P500 4분기 이익증가율, 애플 넣냐 빼냐 따라 4%P 差
월스트리트저널(WSJ)은 UBS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월스트리트 증권사들도 애플을 제외한 미국 주식시장 전망을 따로 내놓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의 덩치가 너무 커져 미 시장 전체 통계에 대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애플을 포함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난다. 작년 4분기 S&P500지수에 편입된 전체 기업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양호한 성장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애플을 빼면 순이익 증가율은 2.8%로 줄어 평범한 수준에 그친다.
이 같은 착시현상은 범위를 기술주로 한정하면 더욱 커진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술주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그러나 애플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5% 감소했을 것이란 추산이다. 애플 때문에 기술주에 대한 긍정적 투자심리가 형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베리 냅 바클레이즈캐피털 주식담당 수석전략가는 “시장의 실제 추세를 보려면 애플을 빼고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나스닥100지수의 시가총액(2조8000억달러)에서 애플(4750억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16.9%에 이른다. 구글과 인텔 아마존닷컴을 합친 것보다 크다. 2007년 초 이후 현재까지 S&P500지수는 5% 하락한 반면 애플 주가는 500%가량 뛴 결과다.
애플의 주가 급등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공에 힘입어 실적이 큰 폭으로 성장한 덕택이다. 애플의 2012 회계연도 1분기(2011년 10~12월) 순이익은 131억달러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매출도 463억달러로 73% 증가했다. 애플의 순이익이 S&P500 기업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나 된다.
공룡 애플로 인한 시장 왜곡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자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는 애플의 나스닥100지수 편입 비중이 또 한번 축소될 것이란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나스닥은 지난해 애플의 편입 비중을 종전 20.49%에서 12.33%로 축소했다. 그러나 루머에 대해 나스닥 측은 “규정에 따를 것”이라고 일축했다. 규정에 따르면 나스닥은 나스닥100지수에 편입된 한 종목의 시가총액이 전체의 24%를 넘어서면 편입 비중 조정에 나선다.
월스트리트에서 애플과 같은 특정 종목을 제외한 분석보고서를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IBM과 제너럴모터스(GM)를 뺀 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했다. S&P에 따르면 1985년 IBM의 시가총액이 S&P500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4%였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