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대상·방식 '감놔라 배놔라'…국내 IB만 손발 묶어 '역차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자본시장법 3년…갈 길 먼 '글로벌 IB 꿈' (4·끝) '규제 전봇대' 뽑아야 활로 뚫린다
부작용 막는데만 급급
PEF 10% 미만 지분 투자…사외이사 파견의무 '족쇄'
운신의 폭 좁으니…
부동산·부실채권 투자못해 외국계 PEF로만 자금 몰려
운용자 월급까지 규제
감사는 많고 재취업도 제한…연기금 운용인력 구인난
부작용 막는데만 급급
PEF 10% 미만 지분 투자…사외이사 파견의무 '족쇄'
운신의 폭 좁으니…
부동산·부실채권 투자못해 외국계 PEF로만 자금 몰려
운용자 월급까지 규제
감사는 많고 재취업도 제한…연기금 운용인력 구인난
B사의 모기업은 지난해 자금이 필요해 B사 지분을 할인된 가격에 내놨다. A사장은 B사가 건설경기 침체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있지만 성장성이 높고 재무구조도 튼튼하다고 판단해 해당 지분을 사기로 하고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의 PEF 관련 법규에 발목이 잡혔다. ‘PEF가 피투자 회사의 지분 10% 미만을 매입하면 사외이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규정이 문제였다. B사 모기업은 경영에 간섭하는 사외이사를 파견받는 데 거부감을 나타냈다.
결국 B사 지분은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지 않아 해당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외국계 PEF가 가져갔다. A사장은 “불합리한 법 체계로 국내 PEF만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투자은행(IB)을 육성하겠다는 자본시장법이 결과적으로 외국인 좋은 일만 시켜주고 있는 셈”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외국계에 역차별받는 IB 현실
정부는 관련 제도를 계속 개선하고 있다고 하지만 IB업계는 여전히 곳곳에 규제의 ‘대못’이 박혀 있다고 토로한다. 주요 투자자 역할을 하는 연기금부터 자금을 직접 굴리는 PEF까지 불합리한 규제와 법규에 활동을 제약받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IB업종 육성보다는 부작용을 걱정하는 접근 방식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PEF는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장애물에 부딪힌다. PEF가 전환사채(CB)로 기업에 투자할 경우 2년 이내에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관련 법규가 단적인 예다. PEF 운용사인 C사는 최근 중국 현지 기업 D사에 지분 투자를 할 기회가 있었지만 계획을 접었다. 3년 이후에는 투자금의 두 배가량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지만 그전에 CB를 주식으로 전환해야 하다 보니 수익률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부동산이나 부실 채권(NPL)에 투자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의 오피스 빌딩은 공실이 적고 매매가와 임대료 변동폭이 낮아 투자 위험이 거의 없는데도 PEF는 투자할 수 없다”며 “투자 범위가 제한돼 운신의 폭이 좁다”고 말했다.
이 같은 법 규정은 해외 연기금 등 유동성공급자(LP)가 국내 PEF에 자금 운용을 맡기는 것을 기피하는 이유다. 아무리 좋은 투자 실적(트랙레코드)을 갖고 있더라도 투자 대상을 마음대로 선정하지 못하는 국내 PEF보다는 해외에 지점을 두고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외국계 PEF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서울 스타타워 매각 사례에서 보듯 해외 투자자의 직접투자에는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고, 간접투자를 통해 얻은 배당소득세에 대한 세율은 높게 책정하는 것도 비대칭 규제의 전형으로 꼽힌다. 또 다른 PEF 운용사 관계자는 “제도만 놓고 보면 해외 LP가 국내 PEF에 운용을 맡길 이유가 없다”며 “최소한 국내 PEF가 역차별은 당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기금 운용직 구인난도 규제 탓
자금을 집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IB업계에서는 ‘갑 중의 갑’으로 불리는 연기금에는 권한만큼이나 많은 규제가 집중돼 있다.
공무원연금은 자금운용단장이 지난달 사표를 냈지만 아직 후임자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측은 “지난 1월 한 차례 공모 절차를 밟았지만 적절한 지원자가 없어 이달 초부터 다시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조원의 자금을 굴리는 연기금 운용직에 수준 높은 인력이 지원하지 않는 이유로 IB업계에서는 지나친 정부 규제를 꼽는다. 연기금 운용 인력은 급여에서 구체적인 운용 절차까지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적용받는다.
지난해 일부 관련자들의 비위로 연기금 운용 담당자들의 취업까지 제한되면서 운용 인력의 연기금 기피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연기금 관계자는 “잘못을 저지른 직원은 확실하게 처벌하더라도 운용 인력의 재취업까지 규제하면 누가 연기금에서 일하고 싶겠느냐”고 반문하며 “급여까지 기획재정부가 엄격히 규제하는 가운데 사명감만 내세워서는 좋은 인력을 구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직속 부처와 국회, 감사원 등으로부터 한 해 2~3차례씩 받는 감사도 민간 기업에 비해 번거로운 일이다. 지난해부터는 감사원에 연기금 담당 기구가 별도로 생기면서 3년에 한 번 정도 받던 감사도 1년에 한 번으로 늘었다. 모 연금 관계자는 “감사가 시작되기 2~3주 전부터 인사를 가야 하는 등 가욋일이 많다”며 “감사 자료를 작성하느라 투자 업무에 방해를 받을 정도”라고 전했다.
◆투자자 보호 위해서라지만…
자본시장법 개정 과정에서 증권사 IB업무와 관련된 규제는 상당 부분 시정됐지만 여전히 실무 과정에서는 불합리한 문제와 마주친다는 전언이다.
신규 기업 상장 때 공모주 일부를 개인투자자에게 의무적으로 배정하도록 한 일반투자자 의무 배정 비율이 대표적이다. 미국 등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대부분 기관투자가만을 대상으로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가 청약에 나서면서 공모가 산정 등 투자자 보호장치도 따라온다”며 “철저히 프로 위주의 시장인 해외 IPO 시장에 비해 규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노경목/오동혁/김태호 기자 autonomy@hankyung.com
▶마켓인사이트 2월16일 오전11시13분 보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