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몬다 이어 엘피다 파산위기…한국 'D램 치킨게임' 완승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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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기로' 엘피다
5분기 연속 적자 '수렁'…정부·채권단, 지원 난색
한국 '30년 전쟁' 승리
삼성·하이닉스 시장 평정…D램값 급등, 수익개선 기대
5분기 연속 적자 '수렁'…정부·채권단, 지원 난색
한국 '30년 전쟁' 승리
삼성·하이닉스 시장 평정…D램값 급등, 수익개선 기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1983년 시장에 진입한 지 30년 만에 미국 인텔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독일 지멘스, 일본의 NEC 히타치 등 강자를 모두 제치고 마침내 시장을 평정할 것이란 관측이다.
◆버티기 어려운 엘피다
1995년 20여개사였던 D램 업체는 2009년 이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엘피다와 마이크론 등 4개 대형사로 재편됐다. 그런데도 치킨게임은 계속되고 있다. 서로 공급량을 늘려 업계 1위인 삼성전자만 빼고는 모두 적자다.
엘피다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일본에 남은 유일한 D램 업체인 엘피다는 2007년과 2008년 모두 2000억엔이 넘는 적자를 냈다.
실적 부진에 휘청거리자 일본 정부는 2009년 300억엔의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4개 은행으로 이뤄진 채권단도 1000억엔을 융자했다.
이에 힘입어 2009년과 2010년 연속 흑자를 냈으나 2010년 말부터 다시 위기가 몰려왔다. D램 가격 급락과 엔고가 겹치자 5분기 연속 적자다. 지난해 상반기(4~9월) 567억엔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지난 3분기(10~12월)엔 영업손실 438억엔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73%. 전분기 마이너스 70%보다 악화됐다. 엘피다는 이런 상황에서 3월 말부터 4월2일까지 950억엔의 부채를 막아야 한다.
일본 정부와 채권단이 손을 들 수밖에 없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엘피다가 이대로 파산할지, 만기를 연장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결과가 어떻게 된다 해도 살아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30년 만에 시장 싹쓸이
D램은 1970년 인텔이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10여년간 모토로라와 TI, 페어차일드, 마이크론 등 미국 업체의 전성기였다. 80년대는 일본의 도시바 NEC 히타치 후지쓰 등이 시장을 휩쓸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LG반도체 등이 뛰어든 것도 1983~1984년이다.
삼성전자의 시대는 1992년 시작됐다. 헤게모니가 ‘미국→일본→한국’으로 옮겨졌다. 이때부터 일본 업체들은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D램을 만들던 NEC와 히타치가 2002년 합작한 게 엘피다다. 독일 지멘스도 2000년 반도체 사업부를 떼어내 인피니언을 만들었고 인피니언은 D램만 떼어내 키몬다를 만들었다.
키몬다는 2006년 출범 당시에는 세계 2위였으나 경쟁력 상실로 2009년 파산했다. 이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엘피다 마이크론의 빅4로 시장이 재편됐다가 다시 엘피다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
엘피다는 업계 4위인 마이크론과 경영 통합을 추진했으나 마이크론의 스티브 애플턴 최고경영자(CEO)가 갑작스런 비행기 사고로 숨지는 바람에 물 건너간 카드가 됐다. 마이크론도 18년간 회사를 이끌던 애플턴이 급작스럽게 사망한 뒤 동력을 잃었다.
◆독점 논란 일까
엘피다가 파산할 경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수혜가 예상된다. 점유율도 높아질 뿐 아니라 D램 공급이 줄면 수익성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구자우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엘피다는 D램에서 10~15% 정도 점유율을 갖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점유율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집계된 2월 상반기 2Gb D램 고정거래가격은 6.82% 오른 0.9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만의 상승세다. HSBC증권은 고정거래가 상승은 PC 업체들이 재고 축적을 위해 주문을 늘린데다 현재 가격이 원가에도 못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다만 현물 가격은 여전히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남은 관문은 반독점 문제다. 지난해 4분기 가격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44.3%, 하이닉스는 23.3%다. 더하면 70%에 육박한다.
업계 관계자는 “70%가 넘는 점유율이라 해도 인위적 합병으로 인한 게 아니라 남들이 경쟁에서 탈락하면서 빚어진 결과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PC업체들의 견제도 예상된다. D램 수요자인 PC업체들은 삼성전자의 힘이 더 강력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엘피다 마이크론 등에도 선급금 등을 지원하며 삼성전자를 견제하기도 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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