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20조…개미들 '2000 안착' 이끌까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뒤 주춤거리는 사이 코스닥지수가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530선에 안착했다. 14일 코스닥지수는 2.1포인트(0.41%) 상승한 535.36에 마감했다. 지난해 8월2일(538.06) 이후 최고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3.1포인트(0.15%) 하락한 2002.64에 장을 마쳤다.

최근 코스닥지수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개인들은 그동안 차익 실현을 통해 마련한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도 다시 매수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어 중소형주 랠리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고객예탁금 증가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긴 고객예탁금은 지난 10일 현재 20조8336억원으로 지난해 10월24일(21조649억원)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12월 말 17조원까지 줄었다가 이달 들어 3조4000억원 늘었다. 최근 지수 상승과 함께 차익 실현에 나선 개인들의 주식 매도 자금에다 신규 투자자금이 흘러들어온 덕분이다.

올 들어 개인은 지수 상승과 함께 차익 실현에 나서 유가증권시장에서만 6조8681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이달에는 1조2332억원을 순매도했다. 주식형 펀드도 올들어 3조5918억원어치 환매했다. 하지만 증시를 떠나지 못하고 투자 시기를 엿보며 대기 중인 것으로 해석된다.

◆매수 시기 엿보는 개인투자자

개인투자자는 우선 코스닥시장에서 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달 들어 이날까지 순매수한 금액은 2080억원에 이른다. 2일과 10일을 제외하곤 8거래일 동안 매수 우위를 보였다. 개인들의 매수 행진에 힘입어 코스닥지수는 6거래일 연속 올랐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미미하게나마 변화가 감지된다. 개인은 이날 147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9일과 10일엔 이틀 연속 순매수하기도 했다. 개인들이 본격적으로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고 단정하긴 이르지만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란 평가가 많다.

이은택 동부증권 주식전략팀 연구원은 “최근 주가 상승에 따라 차익을 실현한 개인들이 매수 시기를 타진하고 있다”며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안착할 조짐을 보이자 실험적으로 주식을 사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중소형주 랠리 가능성

개인들이 유가증권시장에 본격적으로 복귀할 경우 중소형주 랠리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개인들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는 과정에서도 매도로 일관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매수로 주가가 오르며 상대적으로 손해를 봤다.

최근 5거래일 동안도 마찬가지다. 이 기간에 개인이 많이 산 종목 대부분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개인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인 삼성전자(824억원) 한국전력(676억원) 한화케미칼(544억원) 신한지주(452억원) 삼성화재(451억원) 모두 이 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CJ E&M(217억원) 셀트리온(140억원) OCI머티리얼즈(91억원) 포스코ICT(86억원) 등을 사들였으나 수익률은 썩 좋지 못하다. 그런 만큼 개인이 증시에 복귀하고 있다고 속단하긴 이르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개인투자자의 경우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안착할지를 지켜보고 있다”며 “코스피지수가 20~30포인트 더 올라 2000선에 안착하면 개인들이 본격적으로 귀환하면서 그동안 많이 오르지 못했던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