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KT '스마트TV 진실게임' 점입가경
KT가 지난 10일 오전 9시를 기해 단행한 삼성전자 스마트TV 앱 접속제한 조치가 나흘째로 접어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삼성전자 스마트TV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지만 양측은 한치도 물러섬이 없이 상대방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동일한 사안을 놓고 서로 주장하는 내용도 달라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전자-KT, 원색 비난

삼성전자는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 본사에서 스마트TV 접속 차단에 대한 긴급 설명회를 열었다. 40만명에 달하는 스마트TV 구매자들의 피해가 확산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10일 KT가 접속제한을 하면서 근거로 내세웠던 ‘스마트TV로 인한 트래픽 폭증’은 전혀 근거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경식 VD(비주얼 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스마트TV에서 사용되는 HD 동영상의 데이터 용량은 KT의 설명과 달리 IPTV와 유사하거나 더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성TV만 접속을 차단하는 것은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되는 데이터는 내용과 서비스, 단말기 종류 등과 무관하게 동등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망중립성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애플 아이폰으로 인해 데이터가 폭증했을 때 KT가 애플에는 트래픽 부담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왜 삼성전자만 붙들고 늘어지냐는 얘기다. 이 상무는 “삼성전자는 스마트TV, 스마트폰 등을 만드는 제조사일 뿐인데 이 제품들이 네트워크를 사용한다고 무조건 사용료를 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삼성·KT '스마트TV 진실게임' 점입가경
KT도 즉각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전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효실 KT 상무는 “삼성전자의 트래픽 계산은 평상시를, 그것도 표준치를 근거로 한 것”이라며 “사용자가 몰릴 때 트래픽은 15배까지 급증한다”고 주장했다.

KT는 한발 더 나아가 “통신망 운영을 해본 적이 없는 삼성은 네트워크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강한 톤으로 비난했다. 김 상무는 “삼성은 PC, 폰과 TV가 무엇이 다르냐고 하는데 트래픽이 순간적으로 몰리는 특성이 있는 TV와 다른 기기는 엄연히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애플과의 형평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가만있지 않았다. 김태환 KT 상무는 “삼성은 애플로부터 배워야 한다”며 “애플은 제품출시 전 통신사와 미리 협의를 하고 제품을 내놓는데 삼성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삼성·KT '스마트TV 진실게임' 점입가경

◆일단 접속제한부터 풀어야

결론적으로 삼성전자는 PC나 프린터를 팔듯 스마트TV를 단순 제조업체로서 팔겠다는 입장인 반면 KT는 삼성이 스마트TV를 통해 앱(응용프로그램)도 서비스하는 만큼 플랫폼 사업자로서 망 이용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양측이 합의점을 못 찾으면 망 이용에 대한 대가를 소비자가 물게 되는 상황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일단 삼성전자와 KT는 소비자에게 대가를 지불하게 할 생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차단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들의 불만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KT가 접속 제한을 풀고 삼성전자는 보다 전향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사태를 촉발시켰던 KT로서는 이 문제를 이슈화한 것만으로 이미 상당한 소득을 얻은 만큼 대화와 타협을 통해 원만하게 수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중립적 위치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라며 “일정량 이상의 데이터가 통과하면 제한하거나 돈을 받게 하는 등의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