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단가 영어의 2배…'동남아語' 게임번역 시장 뜬다
일본 소셜게임업체 ‘그리(GREE)’는 최근 회사 내에 ‘로컬라이즈(현지화)팀’이라는 새로운 부서를 만들었다. 자체 개발한 게임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이 팀을 맡고 있는 나가이 매니저는 “언어가 부자연스러우면 게임을 즐기는 데 장애가 된다”며 “현지 언어에 맞게 얼마나 잘 바꿨느냐가 게임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3일 일본 게임을 현지 언어로 바꿔주는 번역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시장을 중심으로 게임업체의 해외 매출이 늘면서 번역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 번역회사들의 고객은 모두 대형 제조업체였지만 중소기업들로 확대되는 추세다. 번역회사는 특허출원과 제품설명서 번역 등을 통한 수수료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본의 산업 분야 전문 번역기업인 ‘번역센터’는 아예 미국에 게임번역 전문 자회사까지 설립했다. 이 신설법인은 미국과 유럽 지역에 수출되는 게임을 영어로 번역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게임에서 파생된 만화와 애니메이션, 장난감에 쓰이는 언어도 주요 번역 대상이다.

말만 바꾸는 게 아니다. 게임 캐릭터가 입은 옷이나 행동 등이 수출 대상 국가의 문화와 충돌하지 않는지도 꼼꼼히 체크한다.

언어도 다양화하는 추세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의 게임시장이 팽창하면서 이들 언어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사도 등장했다. 영어에 비해 수익도 짭짤하다. 일본어를 영어로 번역할 경우 단어당 10~20엔 정도를 받지만 신흥국 언어일 경우엔 단가가 두 배 이상으로 올라간다. 니혼게이자이는 “게임산업 성장으로 번역시장의 주 고객층이 제조업체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