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실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교과부는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558만여명을 대상으로 최근 1년 간 당한 학교폭력 피해의 종류·장소·사례 등을 적게 하는 우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경찰은 피해사례에 최대한 빨리 대응하려고 취합한 설문지를 교과부가 지정한 설문분석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과 함께 분석했다. 10일 기준으로 경찰이 넘겨받은 설문지는 12만여건. 이 중 학교폭력 피해사례가 조금이라도 기재된 설문지는 4339건으로 전체 응답자의 3.6% 수준이었다.
경찰은 학교명·학년·성별만 기재했을 뿐 무기명으로 이뤄진 설문지 문항 중 학교폭력 피해나 목격 경험에 대해 주관식으로 기술토록 한 6번 문항에 주목했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즉각 격리하고 가해학생에게는 보복폭행을 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한편 피해학생과 당분간 매일 연락, 진행 상황을 주시할 계획이다.
복수의 학생들이 학교폭력 우발지역으로 지목한 곳은 순찰을 강화한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학교폭력 현장점검·교육팀도 이날부터 가동한다. 총경급 6명, 경감 이하 12명으로 구성해 일선 경찰서의 학교폭력 대책 시행 현황을 점검한다.
조현오 경찰청장도 이날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정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4월 말까지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많은 사람이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개학 후 2개월 시점에는 (학교폭력이) 근절됐다는 평가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며 “이 목표에 직을 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워낙 비상 상황이기 때문에 경찰이 나섰고 그러다 보니 추진 과정에서 다소 흠이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인 맥락에서 봐줬으면 좋겠다”면서 “수만 명의 경찰을 동원해 활동하는데 1~2건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경찰을 위축시키고 주눅들게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 12일 학교폭력 피해 학부모 등이 교사를 상대로 진정을 내더라도 직무유기 혐의가 뚜렷하지 않다면 경찰 차원에서 소환조사 하지 않고 각하처리키로 결정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