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긴급간담회 열고 KT 비판…대기업으로서 해선 안 될 행위
애플에는 요구 안하며 삼성에만 사용료 내라는 건 망 중립성 위반
스마트TV, IPTV 대비 트래픽 유발 5~15배는 전혀 근거없는 주장

삼성전자와 KT가 스마트TV 인터넷망 사용 대가를 둘러싸고 전면전에 들어갔다.

10일 KT가 자사 인터넷망을 사용하려면 적정 수준의 대가를 지불하라며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접속을 제한하자 삼성전자는 즉각 조치 철회를 위한 가처분 신청에 들어갔다.

이어 13일 긴급기자간담회를 열고 KT 주장에 정면 반박하는 등 양 측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5일 망 중립성 정책자문위원회 첫 회의를 열 예정이어서 결과에 눈길이 쏠려 있다.

이날 오전 10시 삼성전자는 서초 사옥에서 간담회를 갖고 "KT의 일방적인 조치는 대기업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KT 행위는 삼성 스마트TV 고객 뿐 아니라 자신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KT가 주장하는 내용들은 양사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인터넷 접속 차단을 즉시 철회하고 그동안 관련부처와 지속적으로 만나 왔던 협의체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우선 스마트TV 제조사가 네트워크 사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KT 주장에 대해 "제조사가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제품을 생산한다고 해서 무조건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점점 스마트화 되어가는 글로벌 전자환경 트렌드에 역행하는 일이고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게 삼성전자 측 주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만약 우리 나라에서 전례가 생긴다면 해외 사업자들이 동일한 요구를 할 수도 있어 국가 수출 산업도 위축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삼성전자 스마트TV에 대해서만 차단한 행위 또한 합법적인 서비스 및 콘텐츠를 차별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해 5월 애플 아이폰의 데이터 사용량 폭주로 인해 통화불통 현상이 발생했을 때는 이들에게 대가를 요구하며 데이터 망 접속을 차단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KT 논리대로라면 글로벌 업체의 스마트 제품에도 똑같은 잣대가 적용돼야 하지만 애플 경우에는 오히려 KT가 나서 네트워크 설비 투자 확대와 기술개발에 노력하겠다고 했다는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기업을 KT가 언제든 공공재인 인터넷 망을 이용해 임의로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일을 통해 알게 됐다"고 우려했다.

KT는 이에 대해 "스마트TV를 통해 유발되는 데이터 트래픽은 스마트폰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며 "또 아이폰 사용자는 KT 가입자이지만, 스마트TV 사용자는 삼성 가입자다. 우리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TV가 네트워크의 트래픽에 과부하를 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는 잘못된 정보"라며 "KT 실험결과는 헤비 유저로 인한 타 사용자의 일반 서비스로의 영향을 보여주는 결과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KT는 스마트TV가 IPTV에 비해 5~15배, 실시간 방송중계 시 수 백배 이상의 트래픽을 일으켜 머지않아 통신망 블랙아웃을 유발한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스마트 TV에서 사용되는 HD급 용량은 1.5~8Mbps 수준으로 IPTV와 유사하거나 더 낮다. 또 실시간 방송 콘텐츠를 직접 제공하지 않고, 향후 콘텐츠ㆍ서비스 제공 업체가 스마트TV를 통해 실시간 방송 앱을 멀티캐스트 방식으로 만들어 제공할 경우 멀티캐스트 방식으로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인터넷 망을 이용해 수익을 취하는 서비스 사업자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했다. KT가 하나TV를 예로 들며 삼성전자 스마트TV가 자사 인터넷 망을 사용해 인터넷 전화사업자나 IPTV 사업자와 마찬가지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하나TV 처럼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나TV는 가입자를 유치하고 실시간 방송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들로부터 사용료를 받아 온 IPTV 업체"라며 "삼성전자는 독자적으로 방송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사용자에게 사용료를 받는 영업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망 중립성 문제와 관련해 월 1회로 운영되고 있는 관련 포럼에 빠짐없이 참석해 성실하게 협의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개로 KT의 요청에 의해 지난 4월과 8월 두차례 만나 협의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KT는 망 분담금을 전제로만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삼성전자는 방통위 주도의 망 중립 정책이 정해지고 나서 그 틀 안에서 구체적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KT 관계자는 이날 삼성전자의 주장에 대해 "적정 사용료를 지불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접속제한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며 "삼성 측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에 추가적으로 대응책을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금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삼성전자 스마트TV는 80만대 가량이고, 이 중 KT의 인터넷 망을 사용하는 가입자는 30만대로 추산된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