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학생은 내 고객…마음으로 다가설 것"
노태석 KT 부회장(58·사진)이 서울로봇고의 교장으로 지난 7일 초빙됐다. 서울로봇고는 지난해 12월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학교다. 개방형 공모제를 통해 선임된 노 부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다음달 1일 이 학교에 부임한다. 서울 공립 고교 가운데 처음으로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교장이 된다. 노 부회장은 현재 KT의 컨택센터 운영 계열사인 케이티스(KTis)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노 부회장은 지난 10일 기자와 만나 “2002년 동의대로 1년 출강해 본 것 말고는 강단에 서 본 적이 없다”며 “기대도 있지만 두려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철학은 분명했다. 그는 “서울로봇고의 2011년도 교육계획을 봤는데 교육청 지침에는 충실한 반면 학생을 만족시키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 수요 조사나 학업 동기 유발 대책이 더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 1년은 제 생각이 옳은지 탐색하는 기간입니다. 그 기간에는 보수를 받을 자격이 없기 때문에 연봉 전액을 학교에 기부할 생각이에요. 1년 뒤 제가 틀렸다는 판단이 서면 깨끗하게 물러나겠습니다.” 그의 태도는 매우 다부졌다. 실패든 성공이든 과감하게 일하겠다는 자신감과 추진력이 엿보였다.

노 부회장은 학벌이나 집안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일어난 인물이다.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운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공장에 취직했다. 하지만 학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1971년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대학 진학을 미루고 고학하면서 1979년 제15회 기술고등고시를 통과했다.

1980년 체신부에 사무관으로 들어간 그는 체신부 산하 한국전기통신공사가 2002년 KT로 민영화된 뒤 이 기업의 임원이 됐다. 로봇산업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05년 한국지능로봇산업협회에 개인회원으로 가입하면서다. 이듬해에는 이 단체 회장을 맡았고 KT가 당시 정보통신부의 ‘국민로봇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교두보 역할을 했다.

노 부회장은 교장이 된 뒤 산업체와의 교류 활성화를 통한 교육의 질 향상에 적극 나설 생각이다. 커리큘럼 개발 단계에서부터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등 관련 단체의 지원을 받는다. 로봇업체들을 방문, 어떤 인력을 원하는지 조사하고 이를 커리큘럼 개발에 반영할 계획이다. 교사 모두에게 담임을 맡겨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교사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지만 “공동체 전체가 짐을 나눠야지 일부 교사에게만 담임을 몰아주는 건 옳지 않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애로사항은 교장·교사·학생이 참여하는 회의체를 만들어 해결할 예정이다.

그가 엘리트 인재를 키우겠다는 생각으로만 이 학교 부임을 결심한 건 아니다. 노 부회장은 “어려운 환경에 처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교장직 제의를 받아들인 데는 이런 생각의 영향이 더 컸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로봇고 재학생은 마이스터고로 지정되기 전 실업계 고교(옛 강남공고)로 입학한 학생들이다. 학업 동기가 크지 않은 이가 많다. 노 부회장은 “임기가 4년이니 주요 고객은 지금의 재학생”이라며 “재학생에게 마음으로 다가가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