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몰고 온 부동산시장 리스크
박원순호 서울시가 기존 내용을 뒤집는 개발 관련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뉴타운 출구전략’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제한’ ‘도심재개발 세입자 대책 강화’ ‘개포지구 소형주택 건립 확대’ 등이다. 이들 정책의 핵심은 ‘공공성 강화’로 요약된다. 조합원 등 사업주체들이 가능한 많이 얻으려고 하는 개발이익을 억제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박원순식 정책이 시장에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며 “재개발·재건축 신규공급이 중단되거나 늦어지면 중장기적으로 수급 미스매치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뚜렷해진 ‘박원순식 부동산 정책’

서울시의 각종 개발 정책은 공공성 강화와 사회적 약자 보호로 전환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도시계획위원회 주요 심의내용은 △가락시영 종(種)상향 △개포지구 정비계획안 보류 △신반포6차 등 한강변 고층 재건축 보류 등이다. 서울시는 재건축 활성화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 가락시영 종상향 결정에 대해 △대로변에 위치한 역세권 단지 △임대주택과 공공커뮤니티시설 등 공공성 확보 △종상향에 따른 용적률 상승(265%→285%) 미미 등을 들었다. 이후 서울시는 뉴타운 출구전략, 신반포6차(한신6차) 재건축 보류 등을 통해 공공성 강화라는 잣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 측이 공공성을 보완한다며 임대주택 몇 가구를 끼워넣는 식으로 심의를 신청하고 있지만 조망권 경관조화 등도 중요하다는 것이 서울시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몰고 온 부동산시장 리스크

◆재건축·재개발 사업 멀어지나

세입자 영세상인 등을 중시하는 것도 새로운 정책 변화다. 주민 반대가 심한 뉴타운을 부분해제하거나 도시환경정비사업(옛 도심재개발) 구역지정 때부터 세입자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개포주공2·3·4·시영 등 개포지구 4개 단지에 대해 “서민 주거안정과 세입자 재입주를 위해 소형아파트를 기존 가구의 50% 이상 지으라”고 주문한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의 심의결과도 마찬가지다. 개포지구 등은 소형 위주로 지어져 있어 서울시 주문을 수용하면 재건축 이후 넓은 집에 못 들어가는 조합원들이 다수 생겨 사업 차질이 우려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용적률은 깐깐하게 적용하면서 소형 아파트를 더 지으라는 것은 원칙 없는 이중 규제”라며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박 시장 임기가 끝날 때까지 사업을 추진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2~3년 이후 수급 불균형 우려

전문가들은 박원순식 정책이 단기적으로 해당지역 가격 하락을, 중장기적으로 수급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재개발·재건축 패러다임은 개발이익을 조합원이 갖고, 일부를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성이 강화되면서 서울시와 조합, 조합원 간 시각차가 생겨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팀장은 “재개발·재건축 등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에 민감한 사업”이라며 “조합원들은 갑자기 달라지는 정책에 자신들의 이익을 희생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현상 유지에 치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수급 불균형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서울지역 신규아파트 주요 공급원이다. 이로 인해 잇단 규제는 중장기적인 수급 불균형을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나비에셋의 곽창석 대표는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 중단은 2~3년 후 신규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향후 아파트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정선/김진수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