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법적 대응…'스마트TV 먹통' 전면戰
삼성전자와 KT가 정면 충돌했다. KT가 10일 예고한대로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인터넷망 접속 차단을 강행하자 삼성전자는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섰다. 통신정책 주무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소비자를 볼모로 한두 회사간 다툼에 속수무책이다.

업계 일각에선 인터넷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종량제 적용으로 망 사용 대가를 둘러싼 두 회사간 갈등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 간 사업 영역 충돌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T 강공에 삼성 즉각 반격

KT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을 막았다. KT는 “오전 8시 삼성전자 측에 (망 이용 대가와 관련한) 입장을 물었으나 ‘협상할 생각은 없다. 포털 등과 함께 망 중립성 포럼을 통해 논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접속을 끊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 스마트TV를 쓰면서 KT의 인터넷서비스 ‘쿡’에 가입한 전국의 30만~50만 가구에선 TV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이 작동되지 않았고 인터넷 검색도 할 수 없었다. 방송은 볼 수 있으나 스마트TV의 핵심 기능이 사라졌다.

삼성전자는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법무 검토를 거쳐 이날 오후 망 접속 차단 중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방통위 주관으로 관련 업체들이 1년 이상 협의해왔고 오는 15일 올해 첫 논의를 갖기로 한 마당에 KT가 일방적으로 조치한 것은 합의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국내에서 망 부담금을 내면 스마트TV 판매의 95%를 차지하는 해외에서도 전례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TV 판매가 줄어 들면 KT에 손해배상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법적 대응…'스마트TV 먹통' 전면戰

◆뜨거워진 망 중립성 논란

국내 대표 통신사와 스마트기기 제조업체 간 충돌에 방통위는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는 KT가 전기통신사업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제재한다는 원론적 방침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망 부담금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KT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망 중립성 포럼에서 트래픽을 발생시킨 이용자에게 요금을 부과할 것을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자업계 관계자는 “KT가 종량제 요금 도입을 위해 삼성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 같다”고 반박했다. 통신업계는 2000년대 중반부터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내는’ 종량제 도입을 추진해왔으나 네티즌 등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삼성과 KT의 2차전…갤럭시로 번지나

삼성과 KT의 충돌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9년 KT가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애니콜의 점유율이 급감하자 ‘KT-애플’ vs ‘SK텔레콤-삼성전자’ 연합전선이 형성됐다.

2010년 4월엔 이석채 KT 회장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옴니아’를 두고 ‘홍길동폰’이라고 일갈했다. 삼성전자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용 제품엔 ‘T옴니아’ ‘오즈옴니아’란 친근한 별명을 붙였으나 KT용엔 ‘SPH-M8400’이라는 딱딱한 모델명만 달아 출시한 때문이었다.

휴대폰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KT를 통한 갤럭시S2, 갤럭시노트 등의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석/강영연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