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쌍용ㆍ동양 제품 불매"…시멘트값 인상 놓고 '정면충돌'
GS건설 대림산업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시멘트값 인상에 반대해 불매운동에 나섰다.

국내 31개 대형 건설사 자재담당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는 시멘트업계 1,2위 업체인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의 시멘트 제품과 이들 계열사에서 생산하는 레미콘 제품을 오는 13일부터 구매중단한다고 10일 밝혔다.

협의회 소속 건설사들은 레미콘 협력사에도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의 시멘트 제품 사용을 중단할 것을 권유하는 등 압박수위를 높여나가기로 했다.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의 지난해 시멘트 내수 출하량은 각각 936만t과 655만t으로 국내 전체 출하량(4465만t)의 35.6%를 차지하고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가 국내 대표 시멘트업체인 데다 가격인상을 주도한 것을 감안했다”며 “두 회사의 국내 판로를 차단하는 등의 압박을 통해 시멘트 가격 인상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미콘 최대 수요처인 건설사까지 가세하면서 시멘트값 인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건설사들이 시멘트값 인상을 막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시멘트값 인상 때마다 시멘트업계와 레미콘업계가 갈등을 빚어왔지만 최종 수요자인 건설사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이에 앞서 시멘트업계는 지난해 말 시멘트 가격을 올초부터 t당 6만75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인상했다. 이에 맞서 중소 레미콘업체들은 시멘트 가격 인상을 철회하지 않으면 22일부터 레미콘 조업 중단에 나설 계획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시멘트 가격인상 탓에 레미콘 생산중단 사태가 터지면 건설사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된다”며 “레미콘 생산중단 사태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 경기 부진으로 관련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시멘트업계가 무리하게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구매 중단 대상 시멘트업체를 늘려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쌍용양회 동양시멘트 등 시멘트업체들은 주원료인 유연탄값 상승 등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진의를 면밀하게 파악한 뒤 대응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가격인상 조치를 당장 철회하기는 어렵지만 시멘트-레미콘-건설사 등이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