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구이' 모셔라…창업자금·주택에 배우자 직장까지 제공
2006년 7월1일 중국 칭하이성 시닝시와 티베트 라싸를 잇는 1956의 칭짱(靑臧)철도가 개통됐다. 평균 고도 4500m의 ‘하늘 길’이 열리는 데는 한 과학자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주인공은 장레이(江雷) 중국과학원 화학연구소 연구원. 그는 나노기술을 이용해 극한지역에서도 얼지 않는 콘크리트를 개발, 동토의 땅에 철마가 달릴 수 있는 길을 닦았다.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그는 정부의 해외유학생 유치 프로그램에 의해 귀국한 하이구이(海龜·귀국 유학생)다.

◆하이구이 유치전쟁

'하이구이' 모셔라…창업자금·주택에 배우자 직장까지 제공
선전시는 2010년부터 하이구이에게 최고 150만위안(2억5000만원)의 정착금을 주고 있다. 4500만위안(76억원)의 창업자금도 낮은 이자율로 빌려준다. 톈진시가 정착금과 창업자금을 각각 100만위안(1억7000만원)과 300만위안(5억1000만원)으로 높이자 한술 더 떠 지원금을 늘리기로 한 것.

또 다른 도시인 광저우시는 부인의 일자리도 제공하고 소득세를 감면해준다. 외국에서 딴 특허권을 자산으로 인정해 그 가치만큼 창업자금을 주고 있다. 하이구이 유치를 위해 각 지방정부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천인(千人)계획’이 시행되고 있다. 공산당이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귀국한 고급 인재가 정부의 과학기술발전자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게 특징이다. 연구비를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한다는 뜻이다. 집과 정착금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대학이나 국영기업 혹은 연구소 중에서 일터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2008년부터 실시된 천인계획 프로젝트로 귀국한 인재는 이미 1500명이 넘는다.

천인계획에 따라 귀국한 고급 인재들은 스타 대접을 받고 있다. 청징(程京) 보아오바이오테크 대표, 스이궁(施一公) 칭화대 생명과학원장 등 부와 명예를 쥔 하이구이들은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명 모바일게임업체인 무과(木瓜)이동기술의 션스(沈思) 대표(30)는 16세 때 칭화대 여자 수석으로 입학했고 스탠퍼드대 대학원을 장학생으로 졸업했다. 빼어난 미모를 겸비, 인기 연예인 못지않은 스타 대우를 받고 있기도 하다.

◆공백의 해결사

하이구이는 중국 현대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1966년 발생한 문화대혁명은 당시 고교생이나 20대 젊은이들을 공장이나 농촌으로 내몰았다. 이들은 대학에서 지식을 쌓는 대신 10여년간 강제노역을 해야 했다. 문화대혁명은 개혁개방의 시동을 건 중국에 ‘인재 공백’을 초래했다. 1990년대 중국의 대학교수 중 박사학위 소지자가 5%를 밑돌았을 정도다.

중국 지도부는 해법을 해외유학에서 찾았다. 중국 개혁개방의 밑그림을 그린 덩샤오핑은 1980년대 중반부터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는 것을 허용했다. ‘해외유학파가 연어처럼 다시 고국에 돌아오게 하라’는 지시도 함께 내렸다. 매년 100명 이상의 해외유학파가 돌아오게 한다는 백인(百人)계획은 이때 만들어졌다. 귀국하는 과학자에게 200만위안(3억6000만원)을 국가에서 지원했다. 당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200위안(57만6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 중의 파격이다.

이런 노력은 해외유학파의 귀환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2010년 말 현재 중국 대학총장의 77%가 외국에서 공부한 뒤 귀국한 하이구이이고, 중국과학원 원사(최고 권위를 가진 과학기술학자)와 중국공정원 원사의 80%가량이 외국 박사학위 소지자다. 스징환 칭화대 교육연수원 부원장은 “해외 유학파들은 중국에 선진 기술을 들여와 기술 발전 속도를 한층 빠르게 만들어준 절대적 존재”라고 평가했다.

해외유학파가 없었으면 중국이 문화대혁명의 암흑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인재 부족의 어려움 속에서 오랜 시간 헤맸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

■ 하이구이

海龜. 중국말로 바다거북을 뜻하지만 해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사람을 일컫는 말로도 쓰인다. 바다거북은 자신이 알을 깨고 나온 곳으로 돌아오는 회귀 본능이 있는 데다 바다를 건너온다는 뜻의 하이구이(海歸)와 발음이 같아 생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