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외환은행 품은 하나금융 '글로벌 톱50' 향해 뛴다
하나금융지주의 원조는 1971년 설립된 한국투자금융이다. 한국투금은 단기 자금을 주로 공급하는 투자금융회사였다. 20년이 지난 1991년 은행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하나은행이다.

한국투금 창립 멤버인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투금사에서 은행으로 전환한 것은 향후 금융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앞서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혁신의 발로였다”고 회상했다. 은행 초기에는 존재감이 미미했던 게 사실이다. 1997년 하나은행의 캐치프레이즈는 ‘작지만 좋은 은행’이었다.

하나은행에는 외환위기가 기회였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탄탄한 구조를 갖추고 있었기에 다른 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다. 1998년 충청은행, 1999년 보람은행, 2002년 서울은행을 잇따라 인수했다. 2005년에는 대한투자신탁증권(현 하나대투증권)을 인수하고 금융지주 체제로 탈바꿈했다.

하나금융은 최근 외환은행 인수를 계기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하나금융은 비전으로 ‘글로벌 50위권, 아시아 10위권 진입’을 내걸었다.

○진정한 빅4로 발돋움

하나금융은 2000년대 들어 국민 우리 신한 등의 금융그룹과 함께 빅4로 불렸다. 하지만 3개 금융그룹과는 격차가 있었다. 다른 금융지주의 자산이 300조원을 넘어설 때 하나금융은 200조원을 약간 넘는 정도에 그쳤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간절히 원했다.

하나금융은 2006년부터 외환은행 인수에 세 차례 나섰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06년에는 국민은행과 붙었지만 패했다. 2007년 HSBC, 2010년엔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은행(ANZ)에 밀렸다. 김 회장은 그러나 끝까지 기회를 기다렸다. 끊임없이 외환은행을 연구했다. 그 결과 2011년 한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하나금융은 이제 KB금융 신한금융을 제치고 규모 면에서 2위에 올랐다. 김 회장은 “20명 직원으로 시작해 2만여명(외환은행 인수 후 2만496명)으로 직원이 1000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성장을 지켜본다는 것은 금융인으로서 아무도 누릴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그간 ‘최초의 시도’를 많이 했다. 고액 자산가를 위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1995년 도입했다. 2003년 SK그룹이 어려웠을 때 하나은행은 SK그룹의 주채권은행으로서 채권단 지원 설득에 앞장서 대기업과 은행 간 첫 ‘상생’의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2008년에는 ‘매트릭스 조직체계’를 도입했다. 2010년엔 스마트폰 모바일뱅킹 서비스와 유언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외환은행과 시너지 기대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후 9개 부문에서 국내 1~3위에 들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소매금융 분야에서 가계대출 부문 국내 2위, PB영업 부문 국내 1위에 오른다. 기업금융 분야에서도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여신이 많고 해외 네트워크가 잘 갖춰진 외환은행의 역량에 힘입어 대기업 대출 국내 2위, 외화대출 국내 2위, 무역금융 국내 1위 등에 오를 전망이다. 펀드 판매도 국내 1위가 된다.

영업망도 하나은행 점포 654개에 외환은행 점포 358개를 합하면 모두 1012개가 돼 업계 2위다. 해외 자산은 총 36조원으로 우리은행(22조원) 신한은행(19조원) 등을 따돌리고 국내 1위다.

건전성의 경우 두 은행은 이미 은행권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연체율은 하나은행이 0.51%, 외환은행이 0.68%로 다른 은행에 비해 낮은 편이다. 김각영 하나금융 이사회 의장은 “하나금융의 장점 중 하나가 리스크 관리”라며 “이 덕분에 그간 큰 금융 사고가 없었다”고 밝혔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해외 사업 부문과 기업대출 부문에서 경쟁력을 높이면 수익성이 개선되고 성장성도 좋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강혜승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외환은행 인수 효과가 하나금융 주가에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며 “인수 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4% 정도이나 외환은행 인수 후에는 10.7%로 2.3%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외 진출 현지화에도 앞장

하나금융의 핵심 기업 가치는 ‘자주’, ‘자율’, ‘진취’다. 자주, 즉 ‘주인의식’이 강해 인사에서 정치권이나 관료 등 ‘외풍’에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은 굳건한 기업문화를 유지하는 데 바탕이 됐다.

충청 보람 서울은행 등 다양한 출신이 섞인 조직이어서 자율적인 기업문화도 정착됐다. 조직 내 주류와 비주류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신한은행 출신이고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은 현대증권, 이강태 하나SK카드 사장은 삼성테스코 출신이다. 임원들도 각각 학력, 경력, 지역 등이 달라 어느 하나 편중된 부분이 없다. 윤용로 외환은행장 내정자는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되면 단일 조직으로는 외환은행 출신들이 하나금융 그룹 내에서 서울, 보람, 충청은행 출신보다 더 많아진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인수·합병(M&A)과 해외 진출에도 진취적이었다. 하나대투증권 하나다올신탁 하나캐피탈 등 하나금융 계열사들은 모두 성공적인 M&A 사례로 남아 있다. 하나은행은 2007년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을 인수해 법인을 세웠고 2010년에는 중국 지린은행 지분 18%를 인수했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고객 88%가 인도네시아인일 정도로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중국 현지 법인 역시 다른 한국계 은행보다 현지 고객 비중이 월등히 높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로 ‘아시아 금융벨트’를 전 세계 금융 네트워크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 밖에 하나SK카드는 통신과 유통, 금융의 융합 서비스로 모바일 카드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고 하나캐피탈 역시 높은 건전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은 “2015년까지 세계 50대 금융그룹이 되는 것이 그룹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