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열풍에 등록금을 내린 대학들이 늘어나면서 복학생들이 미리 낸 등록금과의 차액을 돌려주는 문제를 두고 각 대학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등록금이 오를 것으로 예상해 미리 납부하고 군 입대를 하거나 휴학을 한 학생들이 등록금 차액만큼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8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4년제 대학 휴학생 66만명 중 등록금을 내고 휴학한 ‘기등록(旣登錄) 휴학생’은 30%인 19만8000여명이다.

올해부터 반값 등록금을 실시하는 서울시립대는 특별장학금 형식으로 최고 130만원대에 이르는 차액을 학기 시작 후 돌려주기로 했다. 서울시립대의 기등록 휴학생은 모두 2000여명, 돌려줘야할 금액은 20억원으로 추산됐다.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반값 등록금이 결정된 후 복학생들로부터 끊임없이 차액을 반환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피해를 보는 학생이 없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환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의 이번 학기 인문·사회 계열과 공학 계열 등록금은 각각 102만2000원, 135만500원으로 204만4000원, 270만1000원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100만원 이상 내려갔다. 반환 재원은 서울시 장학 예산에서 충당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올해 등록금을 20% 인하한 강원도립대도 등록금 차액을 전액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이호원 강원도립대 총무팀장은 “학생들이 교육 서비스의 혜택을 받는 시점을 1~2년 후로 보고 대가를 미리 지급했다고 해석했다”며 “차액에 대한 예산을 이미 배정해 학기가 시작되면 돌려 줄 것”이라고 말했다. 명지대도 장학금을 주는 방식으로 차액을 보존해 줄 방침이다. 명지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대학이 이를 돌려줘야 하는 근거는 없지만, 학생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장학금 형태로 돌려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서강대 중앙대 단국대 마산대 등은 등록금 인하분에 대한 차액을 반환하지 않기로 했다. 등록금을 10% 인하한 마산대 관계자는 “등록금이 올라갔을 때 학생들이 이에 대한 차액을 더 내지 않는다”며 “오르더라도 차액을 받지 말라는 교과부 지침이 있었으니 등록금이 내려도 돌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을 낸다는 것은 학생이 해당 학기에 참여할 것이라는 일종의 계약”이라며 “‘계약사항을 파기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경희대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은 아직 내부 방침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교과부는 법률 자문을 구하는 등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고영훈 교과부 대학장학과 사무관은 “법이 정하는 것 이외의 사항까지 규제하면 대학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 대학 자율에 맞기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며 “다만 가능하면 학생들 입장에서 판단해 달라고 대학에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