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의회가 매일 0~8시, 매월 둘째주와 넷째주 일요일에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을 강제로 문닫게 하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는 보도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등의 영업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한 개정 ‘유통산업발전법’이 지난달 공포된 후 지자체 중에서 처음으로 규제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자금력을 앞세운 대형마트와 SSM의 싹쓸이 횡포에 맞서 재래시장 영세상인과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지켜준다는 논리일 것이다. 동반성장 공생발전에 딱 들어맞는 조치로 일견 그럴 듯하게 보인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얼핏 대형마트나 SSM에서 버는 돈은 대형 자본이 독식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대형마트는 대형 자본만이 아니라 소규모 상인과 납품업자, 소비자 등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실제 전주에서 7개 대형마트와 SSM이 주말 영업을 못하면 입주 상인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마트에서 파트타이머나 협력업체 판촉사원으로 일하는 400~500명의 일자리도 당장 크게 위협받는다. ‘골목상권 보호’ 앞에서 ‘서민 일자리 창출’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지는 꼴이다. 주말 쇼핑을 기다리던 고객들의 편의는 또 어떻게 되나.

규제론자들은 이대로 내버려두면 골목상권은 다 죽을 게 틀림없으니 무슨 조치든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계 유통 공룡인 월마트와 까르푸가 국내에 상륙했을 때를 생각해보라. SSM 규제 논리라면 지금쯤 국내 유통시장은 자본과 경영기법에서 앞선 외국계가 모두 점령하고 이마트와 같은 토종 업체는 모조리 없어져야 한다. 그렇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시장은 그렇게 단순 논리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서울 명동에는 유명 백화점들이 많지만 백화점 때문에 인근 남대문시장이 망했다는 소리는 없다. 오히려 백화점 상품과 유사하면서 값은 훨씬 싼 물건을 찾는 손님들로 늘 북적인다. 월마트 효과라는 것도 있다. 월마트가 들어서는 지역마다 생필품 가격이 10% 이상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구멍가게나 재래시장 중 문을 닫는 곳도 부지기수였다. 재미있는 일은 월마트 효과가 발생한 지역에는 두툼해진 소비자들의 지갑을 노린 새로운 업종이 폭발적으로 늘어 지역경제는 더욱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시장이란 원래 이렇게 역동적이고 동태적이다.

동반성장이니 공생발전이니 하는 구호를 대입해 반짝 인기만을 노린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대형마트 규제도 마찬가지다. 경제 사회 발전은 포기하고 제자리에 앉아 종말을 맞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백화점 대형마트 다 없애고 북한식 장마당을 펼치자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