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외화전용 기금계정’을 만들어 해외 투자에 나선다. 국민연금이 보유하는 수백억달러 규모의 준(準)외환보유액이 생기는 셈이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44조원(작년 11월 누계)에 달할 정도로 매년 급증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외화 전용 기금계정을 만들기로 하고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법 시행령 82조에는 국민연금은 한국은행만을 금고은행으로 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그러다 보니 해외 투자를 할 때마다 원화를 달러화로 바꿔야 해 비용이 상당히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이달 중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고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관련 부처와도 협의를 진행해 연내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행령 82조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기금의 수입과 지출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한국은행에 기금계정을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외 모든 투자를 한은 계정을 통해서만 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한은에 설치된 기금계정에는 원화 외에 다른 통화를 넣을 수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해외로 투자금이 오갈 때마다 환전 및 헤지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며 법 개정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원화와 외화를 구분해 따로 기금계정을 만들 경우 외환 및 채권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에 준하는 공공기관이 수백억달러를 항시 보유하고 있다면 한국의 대외 신인도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보유한 가용외환보유액과는 엄밀한 의미에서 다른 개념이지만 국민연금이 공공기관인 만큼 위기 시엔 우리 정부의 달러 보유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은 2005년부터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필요할 때마다 달러와 원화를 교환해왔다.

국민연금의 외화 기금계정을 유치하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치열한 경쟁도 예상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마켓인사이트 2월7일 오전 9시6분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