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 '찌질이'가 '양아치' 되기 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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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YMCA, 해외 아웃도어 5개 브랜드 가격 비교
기능성 재킷·등산화 국내판매가 훨씬 비싸
수입업체 "조사 잘못 됐다…소재 달라" 반발
기능성 재킷·등산화 국내판매가 훨씬 비싸
수입업체 "조사 잘못 됐다…소재 달라" 반발
해외 유명 아웃도어 제품의 국내 판매가격이 현지에 비해 최대 2배가량 비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아웃도어가 잘나가는 점을 악용해 일부 수입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하지만 수입업체들은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 근거 없이 파렴치한 기업으로 몰고가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YMCA는 아크테릭스 마무트 컬럼비아 몽벨 노스페이스 등 5개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의 23개 제품가격을 비교한 결과 국내 판매가격이 현지 판매가격보다 최대 115.2%, 평균 56.6%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고 7일 발표했다.
국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동일한 제품을 대상으로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의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쇼핑몰 판매가와 국내 공식 쇼핑몰 판매가를 비교했다. 조사기간은 1월2일~2월3일이며, 해외 판매가격은 7일 기준환율을 적용했다.
◆동일 제품, 국내에선 2배 비싸게 판매
서울YMCA에 따르면 캐나다산(産) 명품 아웃도어 브랜드인 아크테릭스의 ‘남성용 고어텍스 프로셀 3ℓ’ 모델의 국내 판매가격은 113만9000원으로, 해외 판매가격(73만2300원)보다 55.5%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용 고어텍스 액티브쉘 3ℓ’(88만4000원)와 ‘여성용 고어텍스 프로쉘 3ℓ’(98만1000원) 역시 캐나다 판매가격보다 각각 56.9%와 58.3% 높았다.
스위스의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인 마무트도 마찬가지다. ‘폰테토르토 테크노파일 더블’ 소재를 쓴 36만원짜리 재킷은 해외에서 16만7300원에 판매되고 있다고 YMCA는 밝혔다.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보다 115.2%나 높다는 얘기다. 고어텍스를 쓴 마무트 등산화도 55만~84만원으로 현지 가격보다 75~96% 비싸다고 서울YMCA는 설명했다.
미국 브랜드인 컬럼비아 역시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컬럼비아가 자체 개발한 ‘옴니 드라이’와 ‘옴니 히트’ 기술이 적용된 재킷 판매가격은 69만8000원으로 현지가격(50만5100원)보다 38.2%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등산화도 현지 판매가격보다 33.9~66.7% 높게 책정됐다고 서울YMCA는 강조했다. 일본 브랜드인 몽벨의 고어텍스 재킷은 국내 판매가가 42.9%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노스페이스는 1개 제품을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국내외 판매가격 차이가 작았다. 인기 모델인 눕시다운 가격은 25만원으로 현지가격(22만3400원)보다 11.9% 높았고, ‘남성용 크림타스틱 하이브리드 재킷’ 가격은 28만원으로 동일했다. 하지만 아콘카구아 재킷은 국내 가격(32만원)이 현지 가격(16만7300원)보다 2배가량 높다고 서울YMCA는 밝혔다.
서울YMCA 관계자는 “아웃도어 가격 거품 논란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 조사하게 된 것”이라며 “라푸마 밀레 등은 국내외에서 판매되는 동일한 제품을 찾지 못해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아웃도어업체 “조사가 잘못됐다”
노스페이스와 마무트는 서울YMCA의 발표에 대해 “조사가 잘못됐다”며 반발했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YMCA는 아콘카구아 재킷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2배 가까이 높다고 발표했지만, 두 제품은 이름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제품”이라며 “국내에서 판매되는 아콘카구아 재킷은 광전자 소재를 사용한 기능성 제품이어서 일반 소재를 적용한 미국 아콘카구아 재킷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마무트코리아는 서울YMCA가 스위스 현지 판매가격이 아닌 미국의 도매가격과 비교했다고 주장했다. 국내 판매가 52만원짜리 ‘브로드 피크 후디 재킷’은 고향인 스위스에서도 50만원에 판매되는데, 엉뚱하게도 미국의 도매가격(27만9500원)과 비교해 86.1% 높다는 결과를 냈다는 지적이다. 서울YMCA가 “국내 판매가격이 2배 가까이 높다”고 발표한 ‘스트라투스 플래시 재킷’ 역시 국내 가격(43만6000원)과 스위스 가격(41만원)이 비슷하다고 마무트코리아는 설명했다.
컬럼비아는 관세 등 각종 통관비용과 물류비 등을 감안하면 국내 판매가격이 20~30% 비쌀 수밖에 없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제품을 해외에서 들여오는데 수입가의 15~25%에 해당하는 비용이 드는 데다 국내 백화점 수수료가 해외보다 높기 때문에 판매가격도 높다는 것이다.
컬럼비아코리아 관계자는 “아웃도어 업체들이 다른 수입 패션 브랜드들에 비해 마진을 많이 붙이지도 않는데 폭리를 취하는 ‘파렴치한 기업’으로 매도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아웃도어 제품이 비싼 가장 큰 이유는 일반 직물보다 훨씬 비싼 고기능성 소재를 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