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北民協 신임회장 "對北압박정책이 되레 우리기업 숨통 조여"
“이 정부의 대북정책은 ‘우향우’를 말하면서 왼쪽으로, ‘좌향좌’ 하면서 오른쪽으로 도는 모양새입니다. 행동과 노력 없이 말로만 대화를 얘기해서는 절대 남북 관계를 풀 수 없습니다.”

국내 51개 대북 지원단체 협의체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인명진 신임 회장(사진)은 6일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말과 실제가 다르다”며 쓴소리를 던졌다. 인 회장은 갈릴리교회 담임목사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냈다. 대북 지원 활동을 시작한 것은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그만둔 2009년부터다. 대북 지원 민간단체에서 정부와의 소통을 도와달라는 요청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 역시 “정부 출범에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정부와 민간의 가교 역할을 해야겠다”고 결심하면서 민간단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로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을 시작했다. 대북 지원 활동에 참여한 지 4년 만에 지난 2일 북민협 회장에 선출돼 이날 취임했다.

민간 입장에서 바라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인 회장은 “정부가 북한을 너무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전략적이지 못한 압박 일변도 정책으로 북한을 효과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이 오히려 우리 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며 남북 경협 기업의 예를 들었다. 인 회장은 “북한 내륙 쪽에 입주한 기업들은 5·24조치(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따른 대북 제재)로 대부분 철수했다”며 “정부는 이를 통해 북한이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 자리를 중국 기업들이 다 꿰찼다. 오히려 중국 기업 들어오고 북에서는 더 잘됐다는 얘기마저 나온다”고 말했다. 결국 대북 압박정책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기업의 몫이 됐다는 지적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남북 민간단체의 활동마저 위축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 사망 전에는 북측이 민간단체와의 접촉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지금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인 회장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지난달 초 북한에 말라리아 방역 지원을 위한 접촉을 요청했으나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는 아직까지 답을 보내오지 않았다”며 “국상 기간이고 이번달 김 위원장의 생일 등 정치적 일정이 있는 만큼 이달이 지나면 서서히 대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 사망 당시 정부가 불허한 민간의 조문 방북에 대해서도 허용했더라면 남북 관계를 풀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인 회장은 “지금의 남북 관계는 이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 당국자를 만나 대북 인도적 지원과 정부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이야기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진정 남북 관계를 풀고 싶다면 민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의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남북 관계에서 1년은 굉장히 긴 시간”이라며 “다음 정부를 위해서도 민간 활동을 통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채널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