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뽑는데…지방·고졸 등 6개 계층 배려하려니
올해 정규직 신규채용에 착수한 공공기관들이 ‘열린 고용’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정원은 제한된 반면 정부 지침에 따라 우선 채용해야 할 취업취약계층은 늘어난 탓이다. 채용 규모가 작은 공공기관에선 “정부가 알아서 뽑아주니 인사부서가 필요없어졌다”는 자조 섞인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근 서류전형을 진행 중인 문화진흥 관련 공공기관은 채용할 직원의 우선순위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올해 4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계획이지만 정부 지침에 따라 ‘사회형평적 채용’으로 우대해야 할 대상은 국가유공자 장애인 여성 이공계 지역인재 고졸자 등 6개 계층이나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 취업취약계층을 최종 합격시키지 않더라도 가점을 주는 등 최대한 배려하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매년 공공기관별로 취약계층 채용규모가 발표돼 부담이 크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사회형평적 채용의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기껏해야 10명 안팎을 뽑는 기관에는 큰 제약”이라며 “지원자 중 ‘지방 고졸 출신이면서 국가유공자의 장애인 딸’이면 무조건 뽑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스트레스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부터 사회형평적 채용 대상에 추가된 고졸자 선발은 공공기관들 사이에선 가장 큰 숙제다. 다른 계층은 정부가 그나마 강제할당을 하고 있지 않지만 고졸자는 신규채용의 20%를 뽑도록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공공기관들은 고졸자를 선발하는 내부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올해 신규 채용 10명 중 2명을 고졸자로 뽑아야 하는 농업 관련 공공기관은 “고졸자에게 적합한 업무에서 상반기 결원이 없어 하반기로 채용을 미루기로 했다”며 “내부에선 석사까지 마치고 온 직원과 고졸자의 대우를 똑같이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설명했다.

고졸자 채용 실적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졸자끼리 ‘제한경쟁’시키는 공공기관도 있다. 연구·개발(R&D)을 하는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규직을 뽑을 때 필기시험이나 어학점수도 보기 때문에 고졸자는 가산점을 줘도 최종에서 뽑히기 어려울 것 같다”며 “신규 채용하려는 7명 중 1~2명을 따로 두고 고졸자만 경쟁시키려 하지만 적합한 직무가 없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