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재단운영 어떻게…
1차 수혜자가 다시 기부자로…SNS 활용 '쌍방향 나눔'
◆재능 기부 ‘마이크로파이낸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재단의 롤모델로 미국의 키바(Kiva)와 코지스(Causes)를 꼽았다. 2005년 설립된 키바는 개인이 기부한 금액을 운영, 마이크로파이낸스(소액 대출) 형태의 금융사업을 하고 있다. 1인당 25달러 정도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재 68만7000여명이 2억8300만달러를 기부한 상태다. 대출금 회수율은 98.8%에 이른다.
코지스는 2007년 만들어진 벤처업체로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 사람들의 기부 활동을 돕는다. 돈뿐만 아니라 재능 시간 등의 다양한 기부를 받는다. 지금까지 1억7000만명이 4000만달러를 모금, 2만7000여개 비영리단체와 50만명에게 지원했다. 안 원장은 “키바의 경우 기부를 한 사람이 원금을 받으면 또 다른 사람에게 기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소액 기부 활성화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키바의 또 다른 특징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사연을 직접 써서 올리면 기부자들이 이를 읽고 기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안 원장은 여기서 착안해 수혜자들이 기부를 받는 수동적 위치에서 벗어나 사업 아이디어를 직접 제공하는 등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필요한 것을 올리면 기부자들이 돈과 재능, 시간 등을 십시일반으로 기부해 수혜자들을 돕는다. 기부를 받은 사람들이 자립하면 자신들이 가진 것을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 기부하는 가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모바일 앱 접목한 기부문화 도입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한 기부 플랫폼을 구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기부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부자가 수혜자의 다양한 요구를 한눈에 파악하고 선택적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재단 웹사이트를 단계적으로 만들기로 했다. 향후 SNS와 연동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도 제작, 접근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안 원장은 “해외에선 3~4년 전부터 IT를 활용한 기부 문화가 만들어졌다”며 “재단을 통해 이를 국내에도 확산시키는 역할을 맡고 싶다”고 설명했다. 재단 이사장을 맡은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고문은 “선진국에선 90% 이상의 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기부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IT를 결합해 기부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새로운 기부 풍토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단은 이를 바탕으로 일자리 창출 기여와 교육 지원, 세대 간 재능기부 등의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우선적으로 사회적 기업의 창업자를 선발해 사무실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창업 인큐베이팅, 사회적 기업가 양성 프로그램 등도 운영키로 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