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BK동양성형외과 회복실. 미국 뉴욕에 사는 중국계 미국인 토니 수(73) 앨런 수(63) 부부는 ‘동안 수술’을 받고 나란히 붕대를 감은 채 회복실에 누워 있었다. 병원 코디네이터는 수시로 회복실을 드나들며 유창한 영어로 불편한 곳은 없는지 물었다. 토니 수는 “한국에서 수술을 받은 지인들의 추천을 받아 찾게 됐다”며 “의료진도 친절하고 병원 서비스 수준도 높다”고 말했다.

◆한국 의료서비스 입소문

한국에서 의료 서비스를 체험한 외국인 환자가 귀국 후 지인들에게 내는 ‘입소문 효과’ 덕분에 최근 의료관광이 ‘2차 확산기’에 접어 들었다. 정부가 2009년 의료관광객 유치에 본격 나선 뒤 3년 만이다.

노영무 세종병원장은 “2009년만 해도 내원한 외국인 수가 9명에 그쳤지만 지난해 617명으로 급증했다”며 “한번에 여러 진료를 받아 1인당 청구비용도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병건 BK동양성형외과 원장은 “쌍꺼풀, 코 등 단일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엔 2~3개 정도는 기본으로 하고 간다”며 “지인의 소개로 왔다며 특정 의사를 찾는 경우도 다수”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방한한 수 부부는 상안검·하안검 수술(눈처짐 복구 수술), 안면거상술(얼굴 주름을 펴는 수술), 안면 지방주입술, 목 거상술 등을 한번에 받고 총 수술비로만 3만6500달러를 썼다.

서울 청담동 안티에이징 센터 차움에는 한 중국인이 전용 헬기를 타고 센터를 방문해 하룻밤에 수백만원짜리 테라피를 받고 가기도 했다.

◆병원·호텔들 “의료관광객 잡아라”

병원들은 이처럼 몰려드는 외국인 환자들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 소통 문제 해결에 열심이다. 라이문트 로이어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서양인 1호 한의사다. 그가 써주는 자국어로 된 한약 복용 설명서를 보면서 관광객들은 한방 치료에 한층 친숙해진다. 인하대병원 국제진료센터는 지난해부터 환자 차트를 외국인이 알아볼 수 있도록 바꿨다. 외국인 환자의 경우 진료를 받으면 외국보험사에 청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 근방 호텔들도 의료관광객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서울팔래스호텔에는 성모병원에서 온 환자들이 많다. 이들은 내원하는 시간 외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나 서래마을, 이태원과 명동 등에서 쇼핑이나 관광을 즐긴다. 호텔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의료관광객들이 늘어나기 시작해 병원 및 여행사를 통한 예약이 한 달 평균 40여건에 이른다”고 전했다.

성형외과가 밀집한 서울 삼성동의 라마다서울호텔은 지난해 8월부터 호텔 인근의 병원 및 여행사들과 제휴해 미용을 위해 방한한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서울 역삼동의 호텔 리츠칼튼 서울은 작년 말 건강검진과 쁘띠성형, 피부과 시술을 포함한 1인당 1000만~3000만원의 초고가 패키지상품을 기획했는데 춘제(春節·설) 연휴에만 3~5명씩 조를 이룬 단체 3팀이 다녀갔다. 지난해 10월 부산에 문을 연 이비스 앰배서더 부산 호텔은 아예 호텔 안에 병원이 있는 호텔식 병원(메디텔)을 지어 외국인들이 언어장벽 없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의료관광객 2명을 유치하는 것은 중형차 1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한다.(의료관광총람) 또 외국인이 10억원을 쓰면 19.5명의 일자리가 생기고, 4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다문화 인력 등을 의료 코디네이터로 육성해 병원들에 배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정소람/서화동/이준혁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