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배우는 TESAT 경제] 北엔 은행이 23곳이라는데…주민들도 저축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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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북한의 금융제도
[Q]요즈음 북한 관련 뉴스를 보면 북한에서도 시장이 발달하면서 빈부격차가 심해졌다고 해요. 장사를 해서 돈을 많이 번 사람도 생겨났고, 신랑감으로 돈을 잘 버는 남자가 인기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런데 북한 사람들도 돈을 많이 벌면 그 돈을 잘 관리해야 할 것 같은데 북한에서는 여러 가지로 어려울 것 같아요. 우리나라처럼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투자 상품이 없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탈북자 이야기를 들으면 은행에 예금을 하지 않고 장롱 속에 감춰둔다고 하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장롱 속에 감춰두는 것보다 은행에 예금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은데 북한 주민들은 왜 은행에 예금을 하지 않나요?
[A]북한에서는 시장에서 돈을 많이 벌어도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투자 상품이 없기 때문에 번 돈을 관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아요. ‘은행 저금’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유일한 금융상품이지만 ‘일반 주민’이 은행에 ‘자발적으로’ 저금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요. 자발적으로 저금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탈북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산이 많은 게 알려지면 조사가 들어올 수 있고, 저금을 찾을 때 은행에서 자금이 부족하다면서 저금을 즉각 인출해주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런데 북한의 은행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은행의 설립 목적이나 기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기 때문이죠. 북한의 은행은 주민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주민들로부터 저금을 모아서 정부나 국영기업에 필요자금을 공급하고 개인 및 기업의 자금흐름을 통제하는 일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은 돈을 벌어도 은행에 저금을 하지 않는 것이죠.
이제 북한 은행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가 생각하는 은행과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보죠.(북한에서는 일반 주민은 저금, 기업은 예금이라고 하여 저금과 예금을 달리 정의하고 있어요. )
◆북한에는 어떤 은행이 있나
북한에도 은행이 여러 곳 있죠. 일반 주민들이 거래할 수 있는 은행으로는 ‘조선중앙은행’과 ‘조선무역은행’이 있어요. 조선중앙은행은 북한의 중앙은행이면서 북한 ‘원’화 관련 상업은행 업무를 하고 있죠. 그래서 북한 돈으로 저금을 하거나 송금을 하려면 조선중앙은행을 통해야 해요. 조선무역은행은 외환 정책 당국이면서 외화 관련 상업은행 업무를 하고 있어요. 외화 환전이나 외화저금을 하려면 조선무역은행에 가야 해요.
이들 두 은행 이외에도 21개 정도의 은행이 더 있죠. 이 은행들은 북한 권력기관들이 특수 목적으로 설립한 은행으로서 일반 주민들의 일상적인 금융거래와는 무관해요.
◆북한 은행에는 어떤 저축상품이 있나
북한에도 저축상품이 있고 저금 증대를 위해 꽤 많은 노력을 하고 있죠. 각 지역 및 기관에 ‘저금소’를 둬서 편의를 봐주고 있으며 월급의 일부를 강제로 저금하는 제도까지 있어요.
조선중앙은행에는 보통저금, 준비저금, 저금권저금, 추첨제저금 등 몇 가지 저축상품이 있죠. 저금에는 연 3% 정도의 이자나 당첨금(추첨제저금)을 주고 있어요.이 중에서 추첨제저금이 그나마 인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조선무역은행에는 ‘외화’ 저축상품이 있죠. 2002년부터는 북한의 외화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일반 주민도 외화저금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최근에는 북한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를 모으기 위해 외화저금을 적극 홍보하고 있죠. 그렇지만 기본적으로는 일반 주민이 외화를 저금한다면 자금출처 조사가 나올 수 있으며 저금한 외화를 찾을 때 원화로 환전해야 하는데 국가가 정한 환율(1달러=100북한원)로 환전하면 시장환율(1달러=5000북한원)의 50분의 1에 불과해 손해가 막심해요. 이런 상황에서 일반 주민이 외화를 은행에 저금할 이유가 없지요.
◆우리나라 은행과 어떻게 다를까
북한의 은행은 그 기능에서부터 차이가 있어요. 북한 은행은 지급결제, 송금 등의 금융서비스도 하지만 더 중요한 기능은 ‘국가재정 보조’와 ‘원(화폐)에 의한 통제’죠. 주민들로부터 자금을 모아서 정부나 국영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공급하는 ‘국가 재정 보조’가 가장 중요한 기능이에요. 또한 국가경제 전체의 자금흐름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통제하는 기능도 중요하죠. 북한이 단일은행제도(mono-banking system)를 채택한 데는 통제를 쉽게 하기 위한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어요.
이런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북한 은행은 일반 주민들로부터 저금은 받지만 대출은 해 주지 않아요. 저금도 일반 주민들의 재산 증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나 국영기업에 공급할 자금을 모으는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자도 낮고 저금을 인출하려고 할 때 차일피일 미루는 일이 다반사죠.
◆주민들은 재산관리를 어떻게 할까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돈을 모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죠. 그렇지만 요즘에는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는 사람이 생겨나고 있어요.
그래서 돈을 많이 번 북한 주민들은 쌀이나 외화를 가치 저장 및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죠. 쌀이나 외화는 물가나 환율이 올라도 안전할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서죠. 일부 ‘돈주’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사금융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요.
/문성민 < 한국은행 동북아경제연구실장 >
■ 독자 퀴즈
북한에도 은행이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은행은 설립 목적이나 기능에 있어 우리나라 은행과 상당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다음 중 북한의 은행이 수행하는 기능이 아닌 것은 무엇일까요?
(1) 재정자금 조달 및 공급 (2) 원에 의한 통제 (3) 외화 환전 (4) 주민 저금 (50 주민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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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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