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 to Head] 석유 등 화석연료 의존에 한계…바이오연료는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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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자원 풍부하고 재생 가능
매년 지구상에 1700억t 생성…5억t만 연료로 사용
열대우림 훼손 안하고도 충분한 에너지 생산 가능
자원 풍부하고 재생 가능
매년 지구상에 1700억t 생성…5억t만 연료로 사용
열대우림 훼손 안하고도 충분한 에너지 생산 가능
전 세계 원유 거래의 약 20%를 차지하고 하루 평균 1700만배럴 정도의 원유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에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이란과 서구 국가 간 갈등은 비록 이란이 해협 봉쇄까지는 강행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원유 수급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기후변화와 화석원료 고갈 문제 등으로 화석원료 의존성을 낮추는 것이 시급한 상황에서 다시 한번 바이오연료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에너지의 원료가 되는 바이오매스는 매년 지구상에서 1700억t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중 사람이 활용하는 것은 65억t 정도다. 65억t 가운데 60억t 정도는 우리가 먹고 사는 데 관련된 식량, 가축사료 등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5억t이 비식용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렇게 풍부하고 매년 재생 가능한 바이오매스 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한정된 화석원료 자원을 이용하는 것에 비해 환경 친화적이며, 지속 가능하고, 현재 우리가 직면한 기후변화 대응에도 기여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바이오연료는 죽음의 에너지”라며 소위 ‘식량 대 연료’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바이오연료 최대 생산국인 미국의 경우 옥수수를 바이오연료의 주 원료로 사용하고, 두 번째 생산국인 브라질은 사탕수수(설탕)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설탕은 주식이 아니지만 옥수수는 주요 곡물 중 하나가 아닌가. 아프리카에서 기아로 허덕이는 사람이 2억명에 육박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하고 가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지구상에 가장 풍부한 바이오매스는 나무나 풀을 이루는 리그노셀룰로스다. 리그노셀룰로오스는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 리그닌 등이 주 성분인 복합고분자다. 대부분의 연료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미생물들은 리그노셀룰로오스를 직접 먹이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형태의 당으로 전처리를 해주어야 한다. 즉 전처리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 사탕수수는 설탕을 축적하므로 그 설탕을 상대적으로 손쉽게 회수해 미생물 발효에 직접 사용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고, 옥수수의 경우는 아밀라제 처리에 따라 쉽게 포도당으로 분해되는 전분으로 구성돼 있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인 것이다. 따라서 전처리 비용이 많이 드는 리그노셀룰로오스를 바이오연료의 원료로 쓰기보다는 설탕이나 옥수수를 활용해온 것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리그노셀룰로오스를 바이오매스 원료로 활용하기 위해 많은 기술적 혁신이 이뤄졌다. 즉 리그노셀룰로오스 기반의 바이오연료 생산이 현실화한 것이다. 또 슈가부스터와 같은 식물이 더 많이 개발돼 쓰일 것이다. 슈가부스터는 설탕을 두 배 축적하는 사탕수수이므로, 생산량의 반은 가격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현재 감미료용 설탕으로 활용하고 반은 바이오연료로 생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는 바이오연료는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이다. 바이오에탄올은 효모나 박테리아를 발효해 생산하고, 바이오디젤은 식물이나 조류(algae)가 생산하는 기름을 화학적·생물학적 변환 과정을 거쳐 생산한다.
바이오에탄올은 탄소 두 개로 이뤄진 알코올이고 상대적으로 흡수성이 높아 연료로서 성능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발효 공정을 통해 손쉽게 대량 생산이 가능해 널리 쓰이고 있다. 또 에탄올보다 훨씬 더 가솔린의 특성에 가깝고 좋은 연료인 부탄올, 이소부탄올, 다양한 탄화수소 등이 바이오연료로 개발되고 있다.
미국 바이오벤처 회사와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직접 디젤과 가솔린을 미생물 발효로 생산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미생물을 개량해 소위 차세대 바이오연료 생산 공정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바이오매스의 원료가 되는 이산화탄소 자체를 원료로 활용해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식물이나 조류가 이산화탄소를 탄소원으로 사용해 당 당고분자 지방산 지방 등을 생산하고 우리는 이들을 바이오매스로 활용해 왔다. 이 단계를 실제 바이오연료나 화학물질 생산 단계와 융합해 이산화탄소로부터 직접 바이오연료나 다양한 화학물질들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 또한 중요한 바이오리파이너리의 일부가 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나라도 교육과학기술부의 글로벌프론티어사업으로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이 출범해 다양한 바이오매스로부터 바이오연료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바이오 기반의 지속 가능한 화학산업 구축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들도 있지만 지구촌 인류의 사고방식 전환과 글로벌 정책 수립 및 추진, 그리고 윤리적이고 책임감있는 참여가 요구된다. 단순히 바이오연료가 환경 친화적이고 돈벌이가 되므로 마구잡이로 열대우림을 갈아엎고 사탕수수 밭으로 바꾸어서는 안 된다. 같은 면적의 토지에서 설탕의 양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슈가부스터와 같은 식물의 재배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바이오연료가 만병통치약이라는 식의 생각도 잘못된 것이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화석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세계 인구가 70억명을 넘어선 지금, 한정된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활용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아껴 쓰는 것’이다. 에너지 활용의 고효율화와 절감이 가장 중요하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바꾸어 나가는 데 바이오연료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연료를 포함한 화학물질 생산을 가능하게 한 석유화학산업은 우리 인류를 풍요롭게 한 필수적인 산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급속한 발전을 가능하게 한 국가 기간산업이자 효자산업이다. 하지만 한정된 화석원료를 지금처럼 계속 사용할 수는 없다. 바이오 기반으로 재생 가능한 바이오매스를 활용하는 바이오리파이너리 구축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다.
◆ 이상엽 교수 (48)
△서울대 화학공학과 △미국 노스웨스턴대 화학공학 박사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바이오에너지의 원료가 되는 바이오매스는 매년 지구상에서 1700억t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중 사람이 활용하는 것은 65억t 정도다. 65억t 가운데 60억t 정도는 우리가 먹고 사는 데 관련된 식량, 가축사료 등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5억t이 비식용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렇게 풍부하고 매년 재생 가능한 바이오매스 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한정된 화석원료 자원을 이용하는 것에 비해 환경 친화적이며, 지속 가능하고, 현재 우리가 직면한 기후변화 대응에도 기여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바이오연료는 죽음의 에너지”라며 소위 ‘식량 대 연료’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바이오연료 최대 생산국인 미국의 경우 옥수수를 바이오연료의 주 원료로 사용하고, 두 번째 생산국인 브라질은 사탕수수(설탕)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설탕은 주식이 아니지만 옥수수는 주요 곡물 중 하나가 아닌가. 아프리카에서 기아로 허덕이는 사람이 2억명에 육박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하고 가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지구상에 가장 풍부한 바이오매스는 나무나 풀을 이루는 리그노셀룰로스다. 리그노셀룰로오스는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 리그닌 등이 주 성분인 복합고분자다. 대부분의 연료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미생물들은 리그노셀룰로오스를 직접 먹이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형태의 당으로 전처리를 해주어야 한다. 즉 전처리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 사탕수수는 설탕을 축적하므로 그 설탕을 상대적으로 손쉽게 회수해 미생물 발효에 직접 사용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고, 옥수수의 경우는 아밀라제 처리에 따라 쉽게 포도당으로 분해되는 전분으로 구성돼 있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인 것이다. 따라서 전처리 비용이 많이 드는 리그노셀룰로오스를 바이오연료의 원료로 쓰기보다는 설탕이나 옥수수를 활용해온 것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리그노셀룰로오스를 바이오매스 원료로 활용하기 위해 많은 기술적 혁신이 이뤄졌다. 즉 리그노셀룰로오스 기반의 바이오연료 생산이 현실화한 것이다. 또 슈가부스터와 같은 식물이 더 많이 개발돼 쓰일 것이다. 슈가부스터는 설탕을 두 배 축적하는 사탕수수이므로, 생산량의 반은 가격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현재 감미료용 설탕으로 활용하고 반은 바이오연료로 생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는 바이오연료는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이다. 바이오에탄올은 효모나 박테리아를 발효해 생산하고, 바이오디젤은 식물이나 조류(algae)가 생산하는 기름을 화학적·생물학적 변환 과정을 거쳐 생산한다.
바이오에탄올은 탄소 두 개로 이뤄진 알코올이고 상대적으로 흡수성이 높아 연료로서 성능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발효 공정을 통해 손쉽게 대량 생산이 가능해 널리 쓰이고 있다. 또 에탄올보다 훨씬 더 가솔린의 특성에 가깝고 좋은 연료인 부탄올, 이소부탄올, 다양한 탄화수소 등이 바이오연료로 개발되고 있다.
미국 바이오벤처 회사와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직접 디젤과 가솔린을 미생물 발효로 생산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미생물을 개량해 소위 차세대 바이오연료 생산 공정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바이오매스의 원료가 되는 이산화탄소 자체를 원료로 활용해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식물이나 조류가 이산화탄소를 탄소원으로 사용해 당 당고분자 지방산 지방 등을 생산하고 우리는 이들을 바이오매스로 활용해 왔다. 이 단계를 실제 바이오연료나 화학물질 생산 단계와 융합해 이산화탄소로부터 직접 바이오연료나 다양한 화학물질들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 또한 중요한 바이오리파이너리의 일부가 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나라도 교육과학기술부의 글로벌프론티어사업으로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이 출범해 다양한 바이오매스로부터 바이오연료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바이오 기반의 지속 가능한 화학산업 구축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들도 있지만 지구촌 인류의 사고방식 전환과 글로벌 정책 수립 및 추진, 그리고 윤리적이고 책임감있는 참여가 요구된다. 단순히 바이오연료가 환경 친화적이고 돈벌이가 되므로 마구잡이로 열대우림을 갈아엎고 사탕수수 밭으로 바꾸어서는 안 된다. 같은 면적의 토지에서 설탕의 양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슈가부스터와 같은 식물의 재배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바이오연료가 만병통치약이라는 식의 생각도 잘못된 것이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화석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세계 인구가 70억명을 넘어선 지금, 한정된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활용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아껴 쓰는 것’이다. 에너지 활용의 고효율화와 절감이 가장 중요하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바꾸어 나가는 데 바이오연료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연료를 포함한 화학물질 생산을 가능하게 한 석유화학산업은 우리 인류를 풍요롭게 한 필수적인 산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급속한 발전을 가능하게 한 국가 기간산업이자 효자산업이다. 하지만 한정된 화석원료를 지금처럼 계속 사용할 수는 없다. 바이오 기반으로 재생 가능한 바이오매스를 활용하는 바이오리파이너리 구축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다.
◆ 이상엽 교수 (48)
△서울대 화학공학과 △미국 노스웨스턴대 화학공학 박사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