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꽁시다] "태창파로스, 제 2의 CNK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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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서의 돌풍은 단연 정치테마주였다.
정책수혜주로 부각됐던 아가방컴퍼니와 보령메디앙스의 주가상승률은 지난 한 해동안 각각 522%, 428%였다.
유럽 금융위기속에서 단기 수급이 동반되는 테마에도 편승치 않았음에도 이들보다 상승률이 높았던 종목이 있다.
바로 태창파로스다. 동네 치킨생맥주집으로 알려진 `쪼끼쪼끼`라는 프랜차이즈가 주업인 이 종목은 소리없이 강했다.
◇ 한해 주가 상승률 535%..신규사업 진출?
태창파로스의 주가는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이 기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1월 한 달간 태창파로스는 89%나 올랐다.
주가상승의 배경은 신규사업진출.
지난해 9월 6일 주주총회 예고공시에는 해외건설사업을 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전 이와 관련한 소문이나 보도도 없었기에 그 시점부터 주가는 쉼없이 올라왔다.
4년 연속 적자가 확실시되는 부실기업 태창파로스가 색다른 신사업으로 회사가 변신할 것이란 투자자의 장밋빛 기대가 주가를 부양한 것이다.
◇ "누군가는 200억을 벌었다"
태창파로스의 자본금은 대규모 감자를 단행한 2007년 말 25억원에 불과했다. 4년이 조금지난 지금의 자본금은 188억원. 무려 7배이상 늘었다.
대부분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발행과 유상증자를 통한 것이었다.
태창파로스 자본금 추이 (자료 : 전자공시시스템)
표를 보면 알 수 있듯 자본의 증가는 대부분이 BW 행사를 통한 신주발행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행사는 대부분 주가가 크게 오른 지난해 12월에 쏠려있다.
주가추이와 내부자 거래현황
12월 한 달간 태창파로스의 BW행사와 CB의 전환은 총 5건이나 된다.
태창파로스, 12월 CB·BW 행사 내용 (자료: 전자공시시스템)
당시 평균주가 700원을 기준으로 약 940만주의 평가차익은 35억원이 넘는다.
태창파로스의 주가는 연초에도 쉼없이 올랐기에 BW의 경우 행사후 2천원대에 매각했다면 무려 200억원의 평가차익도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회사가 발행한 BW와 CB 모두 상대방은 무기명으로 돼있어 누가 실질적인 이익을 얻었는지는 공시를 통해 파악할 수 없다.
◇ "회사가 조용한 이유는?"
차익의 수혜자가 대주주인지 제 3자인지는 올해 사업보고서가 나오는 3월에나 파악할 수 있다.
분명한건 누가 돈을 벌었던 그 들에게 이득을 안긴 건 개미투자자들이다.
주가 폭등에도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는 미미했고 최대주주 지분이 22%정도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대형 통신사와의 합종연횡으로 사우디공사에 참여한다는 루머가 나오기도 하고 올해 안에 10억달러 규모의 공사가 사우디에서 추가발주되는데 여기에도 태창파로스가 인수한 코미가 참여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회사측은 이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올라가는 주가에 BW를 행사하고 CB를 전환하고 유상증자로 자금을 끌어모았지만 수차례 반복된 급등 조회공시 답변에 "증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코스닥시장본부는 태창파로스를 지난 9일 단기 급등으로 인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다.
◇ 1조 원이 넘는 공사..홍보업체는 `대한민국?`
태창파로스의 주가 상승 배경은 코미의 지분 인수때문.
코미(KOMEE : Korean Middle East Engineering Co.)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통신업체 ITC로 부터 2010년 7월 1억달러의 광케이블 매립공사를 수주했다.
이들이 수주한 공사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사우디내의 도시간 케이블 매립뿐 아니라 중동에서 북아프리카까지 해저 광케이블을 설치하는 대형공사다.
이 프로젝트를 진두 지휘한 사람은 故 노영철 코미 회장이다.
◇ "어떻게 중소기업이 그 큰 공사를..."
55년생인 노영철 회장은 미국에서 LA한인회 사무총장을 지내고 합기도연합회 회장, 대통합민주신당 지역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사우디에 살았던 교민의 말에 따르면 합기도를 통해 중동지역의 인맥을 쌓았으며 왕족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사우디지역에서는 한국기업을 소개하는 전문가로 명성이 높았다고 한다.
이관석 코트라 전 리야드(사우디의 수도) 무역관장은 "불가능하다고 여길 수 밖에 없는 ITC와의 계약성사가 가능했던 것도 바로 노영철 회장의 인맥과 추진력 덕"이라고 치켜세웠다.
노 회장은 당시 친분이 있던 대경엔지니어링 오너의 도움을 받아 코미를 설립했고 20억원에서 50억원 가량의 자금지원을 대경으로부터 받았다.
수주에 성공하고 4개월후인 11월 본계약이 체결됐지만 불과 열흘 후에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운명을 달리하고 만다.
실질적인 주인을 잃게 된 코미는 사우디 수주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노회장과 함께 다녔던 조성학, 노원오 씨가 긴급히 사코파트너스라는 SPC를 만들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오너와의 개인적 친분으로 코미에 투자했던 대경엔지니어링은 코미 지분 100%를 40억원에 사코파트너스에 매각하고 손을 뗐다.
사코파트너스는 코미의 지분 51%를 51억원에 올해 1월 태창파로스에 넘겼다.
◇ 공사는 실제로 진행되고 있나?
태창파로스측은 코미가 수주한 공사는 최소한 30%의 이익은 남는다"고 주장했다.
태창파로스의 한 임원은 "1만Km가 넘는 공사에서 미터(M)당 357만리얄로 수주했으며 하청은 230만리얄 정도로 주고 있어 기본적으로 30%는 이익이 남는 장사"라며 "사우디에서 올해 안에 10억달러 규모의 통신망 공사발주가 하나 더 나올 것이며 이에 대한 수주도 코미가 받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ITC가 발주한 공사는 현재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코트라 리야드 현지 무역관 관계자는 "ITC라는 회사도 실체가 있는 회사며 실제 공사도 여기에서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계약당시 무역관에 근무했던 코트라 직원의 말은 달랐다.
이 직원은 "ITC가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다. 다양한 사업을 하는 것도 맞고 사업권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현금화 된 자산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ITC가 재무건전성이 좋아 스스로 자금을 모을 수 있다면 굳이 한국의 중소기업을 선택할 이유는 없었을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영철 회장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코미를 장악하기 위해 헤게모니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계약이 더디게 진행된 것도 코미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웠기 때문이었고 국내 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은 까닭도 그 사업이 제대로 굴러갈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 "사코는 왜 태창파로스를 선택했나?"
삼일회계법인은 코미의 현지 통신망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기업가치를 312억~356억원으로 평가했다.
삼일측은 PF비용과 스폰서비용같은 부대비용을 모두 포함하고도 매년 200억원 이상은 남는 공사라고 평가서에 밝혔다.
태창파로스 입장에선 코미 지분 51%를 51억원에 인수 했으니 1/3가격에 알짜회사를 얻은 셈이다.
태창파로스의 임원은 "태창파로스의 김서기 회장과 사코의 조원호· 코미의 노원오 회장은 한 몸이라고 보면 된다"며 "ITC와의 계약 이전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밝혔다.
헐값 인수의 배경을 묻자 그는 "40억원에 사코파트너스가 100%지분을 대경엔지니어링으로 부터 샀으니 절반의 지분을 51억원에 넘긴건 사코의 입장에선 남는 장사"라고 설명했다.
태창파로스의 코미인수는 갑작스런 것이 아닌 오랜기간 서로의 이해가 맞아 준비한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수지가 맞는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사코파트너스와 코미는 대규모 자금조달을 준비하고 있다.
방식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태창파로스는 최소 150억원 규모의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코 관계자는 "태창과 손잡은 것도 상장사라는 것도 작용했다"며 "자금을 모으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사코측은 공사를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를 구성했으며 그 규모는 4억달러, 우리돈으로 4500억원에 달한다. 이 자금은 공사전 임치(deposit)되어 있다고 밝혔다.
결국 사코는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한 도구로 상장사인 태창파로스가 필요했고 태창파로스의 입장에선 주가부양을 통해 과거 발행한 CB와 BW를 털어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서로간의 니즈가 부합했기 때문에 손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 제 2의 CNK?...국가가 홍보한 `중동신화`
코미라는 업체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다름아닌 코트라의 보도자료 때문이다.
공기관인 코트라(KOTRA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공사수주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수주 당시인 2010년 7월 언론에 직접 배포했다.
코트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이 1조원이 넘는 해외공사를 수주했고 국산 기자재 납품기회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소규모 업체가 대규모 SOC공사를 수주했다는 것도 의문이지만 KOTRA가 직접 홍보에 나선 것도 이례적이었다.
당시 보도자료를 배포한 사우디아라비아 무역관 관계자는 "KOTRA는 미팅만 주선했을 뿐 크게 도와준 것은 없었다"며 "당시 노영철 회장이 주도적으로 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업체들의 사우디 연간 수주액의 20%에 해당하는 대규모 수주액만 보고 자신들의 치적으로 돌리기 위해 코트라는 코미를 활용한 셈이다.
현재 태창파로스와 사코파트너스는 국내 투자자를 물색중이다.
국내 대기업 중 한 곳에서 지난해 12월 사우디 현지에서 실사를 마쳤고 오는 10일 일주일간 복수의 건설사가 사코파트너스와 함께 현지실사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코측 관계자는 "MOU 이전단계까지 왔으며 실사는 이미 12월에 마쳤다"고 밝혔으나 해당 기업 측은 "그러한 사실에 대해 아는바도 없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전재홍기자 jhjeo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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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홍기자 jhjeo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