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ㆍ호텔신라도 '低利 회사채' 발행
제일모직호텔신라가 채권시장의 ‘초우량기업 선호’ 현상을 적극 활용해 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우수한 신용을 바탕으로 값싼 이자에 돈을 구해 은행 대출을 갚고 여유자금을 쌓는 데 사용하고 있다. 최근 15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 채권 발행에 나선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의 회사채 발행 확대는 삼성그룹의 금융비용 절감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SK증권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올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만 새 회사채로 갚아도 연간 이자비용이 기존 1369억원에서 970억원으로 399억원(29.1%)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 발행잔액 두 배 이상 확대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제일모직과 호텔신라는 2일과 6일 각각 2000억원과 1000억원의 회사채를 연 4% 수준의 금리에 발행할 예정이다. 이번 발행으로 제일모직의 회사채 발행 잔액은 2010년 4분기 2600억원에서 올 1분기 말 7600억원으로 5분기 동안 200% 가까이 늘어날 예정이다. 호텔신라도 같은 기간 1000억원에서 39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두 딸이 경영하는 제일모직과 호텔신라는 최근 투자자금의 초우량기업 편중 현상에 힘입어 낮은 이자에 돈을 구할 수 있었다. 장녀 이부진 사장이 경영하는 호텔신라는 연 4.11%(잠정 발행금리)의 금리에 5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한다. 차녀 이서현 씨가 부사장을 맡고 있는 제일모직은 연 3.98%와 4.08%에 각각 3년과 5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두 회사 신용등급은 모두 ‘AA0’다.

조달한 금액의 상당 부분은 기존 금융권 부채를 갚는 데 쓸 예정이다. 제일모직은 연 5.76%에 씨티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등 266억원의 은행 대출을 갚고, 400여억원은 불안정한 금융시장에 대비해 현금으로 가져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머지는 기존에 더 높은 금리로 발행한 회사채 등을 갚는 데 사용한다. 호텔신라도 절반은 은행 대출을 갚고 나머지는 사업 확장에 따른 운전자금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발행금액 늘릴수록 이득

국내외 경기둔화 전망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은 당장 돈을 빌릴 이유가 없는 초우량 기업들까지도 채권을 발행하도록 자극하고 있다. 2008년 9월 말 리먼브러더스 파산 여파로 연 8.11%(3년 만기 기준)까지 올라갔던 ‘AA0’급 회사채 평균 금리는 최근 연 4.3%대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3.25%)보다 불과 1%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이다.

외부 자금조달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차입금 확대는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효과를 가져온다. 적은 자본으로 생산시설을 늘리고 수익을 확대해 자본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우량 기업인 삼성전자도 이처럼 우호적인 자본시장 환경을 활용하기 위해 1997년 이후 처음으로 해외 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삼성그룹 계열사 채권은 대부분 우량한 신용을 갖추고 있어 안전자산에 돈을 넣어두려는 채권투자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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