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두부 위주의 시장에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두부업체인 ‘오토코마에(男前·남자다운)두부점’에 대한 일본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의 평가다. 2004년 설립된 오토코마에는 불황과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혁신적 제품으로 일본 두부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당도 높은 제품, 얼굴·젖병 모양의 톡톡 튀는 용기 등 다른 두부와 차별화해 젊은층을 끌어들인 것이 성공 비결이다. 일본 두부총협회 관계자는 1일 “일본 내 두부 생산업체가 1만곳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토코마에두부점의 성공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생존 위해 두부 당도 높여

오토코마에두부점은 2004년 300엔(4300원)짜리 ‘오토코마에두부’와 ‘바람이 휘날리는 조니’ 두 개의 두부를 시장에 처음 내놨다. 당시 두부 한 모 가격은 보통 90~100엔대였기 때문에 3배나 비쌌다. 두 제품은 각각 600g으로 다른 두부(300g)에 비해 2배 컸다. 경쟁업체들은 가격을 부풀리기 위한 일종의 꼼수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두 제품 모두 출시 한 달이 지나자 도쿄시내 마트 등에서 하루 1만모 이상 팔려나갔다. 1년 뒤엔 4만~5만모씩 판매됐다. 경쟁업체 두부는 하루 400~500모 팔리는 수준이었다.

담백한 두부 맛에 당도를 높여 젊은층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 매출 확대로 이어졌다. 오토코마에두부의 당도는 17~18브릭스(brix)로 일반 두부에 비해 3~4브릭스 높다.

일교차가 커 당도가 높은 홋카이도산 ‘도카치아키다(十勝秋田)’라는 대두와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섬의 청정수를 가져와 두부를 만들었다. 저가의 캐나다 대두를 수입해 원료로 쓰는 다른 업체와 차별화한 것이다. 이토 신고(伊藤信吾) 오토코마에두부 사장은 “싼 두부만 만들면 결국 대기업의 하청업체가 된다”며 “단 두부 맛을 무기로 젊은 고객을 공략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끊임없는 품질 개발을 하고 있다. 교토 본사엔 1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데 이 중 80%가 생산·영업직에서 일한다. 소수의 인원만이 관리직에 있다. 14개의 브랜드 중 절반은 아직도 수작업으로 만든다. 이토 사장은 “공장에서 여러 가지 대두를 사용해 하나하나 맛보면서 지금의 오토코마에두부를 만들었다”며 “두부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용기는 놀랍고 유니크해야

용기의 디자인과 용도에도 공을 들였다. 오토코마에두부 제품 앞면엔 ‘오토코(男·남자)’라는 검은색 한자가 큼지막하게 써 있다. 또 다른 제품엔 웃고 있는 남자얼굴이 삽입됐다. 멀리서도 눈에 띄게 디자인한 것이다.

또 부드러운 두부 제품에 남자와 연관된 제품명과 이미지를 집어넣으면서 ‘이 두부는 어떤 맛일까’라는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얼굴, 젖병, 오이, 육각형 등 다양한 용기도 개발했다.

특수 제작한 용기를 사용해 두부의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용기 밑면 좌우 모서리에 2㎝가량의 홈을 파 시간이 지나면 두부의 수분이 저절로 빠지도록 했다. 이토 사장은 “구매 후 바로 먹으면 담백하면서 달콤한 맛의 두부를 먹을 수 있고 하루 정도 물기를 빼면 건조한 상태가 돼 마파두부나 튀김두부로 해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토코마에의 성공은 두부라는 평범한 제품도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