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30대 초반 젊은 직원들 신차 구입 많아 과장 이상 중년 직원, 대출 상환ㆍ목돈 마련에 주로
"9년째 대출금만 갚고 있어요" 지난달 31일 초과이익분배금(PS)을 지급받은 삼성전자 직원 A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올해도 PS 받은걸로 대출금을 해결할 예정" 이라며 "갚고 나면 결국 자산이 되긴 하지만 목돈이 들어와도 함부로 쓸 수 없으니 기운은 빠진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해마다 1월 말께 목표를 초과 달성한 임직원들에게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PS를 준다. 생산성 목표 달성시 월 기본급의 최대 100%를 지급하는 '생산성 격려금(PI)과 달리 연봉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실적이 좋은 사업부 직원들은 PS만으로 수천만 원씩을 받기도 한다.
PS시즌이 되면 삼성전자 직원은 물론 배우자들도 '언제' '얼마가' 지급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실적이 좋지 않은 사업부서는 한푼도 받지 못하는터라 상대적인 박탈감이 크다. 일부에선 "PS가 뭔가요. 플레이스테이션(PS)이라도 받아봤으면 좋겠네"라는 웃지못할 얘기까지 나오기도 한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PS를 받아 과연 어디에 쓸까.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인마다 받는 돈이 다르고 사정도 제각각이라 꼬집어 말할 순 없다" 면서도 "결혼해서 자녀를 둔 대부분의 중간 관리자급 이상 직원들은 대출금 상환이나 집안 경조사를 위한 목돈 마련에 주로 쓴다"고 밝혔다. 다만 "4년차 대리급 아래 젊은 직원들의 경우 종종 차를 구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몇년 째 대출금을 갚고 있다는 A씨와 비슷한 과장 직급의 또 다른 직원 B씨는 "마이너스 통장을 메꿔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C씨는 "아이 교육비와 부모님 의료비 등으로 이미 계획을 세워놓은 것이 있다" 며 "한해 가계 예산을 연봉+PS에 맞춰 설계하기 때문에 빠듯하다"고 털어놨다.
반면 미혼인 남자 직원 가운데는 PS를 받아 신차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 PS가 지급되는 시즌이 되면 수원 사업장 인근 자동차대리점 영업사원들의 발길도 덩달아 바빠진다.
반도체 사업장이 위치한 기흥의 현대차영업소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삼성PS 시즌은 대목 중 하나" 라며 "본사에서도 이들 잠재 고객을 위한 대응을 잘 하라는 지침이 내려올 정도"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재직증명서 등을 가져오면 차 가격의 몇 %를 할인해주는 프로모션도 활발하다.
이 직원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남자 직원들이 주 구입 대상" 이라며 "지난해는 아반떼급 준중형 차량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영업이 치열하다보니 삼성전자 쪽에서 아예 주차장을 막아버리기도 한다고.
하지만 올해는 경기 불황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돼서인지 예년보다 신차 구입 문의가 부쩍 줄었다고 한다. 동탄 지점의 한 대리점 직원은 "12월부터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문의하는 사람이 적다" 며 "이번에는 PS 효과가 크게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미혼 여직원 중에선 결혼 자금을 위해 PS를 따로 모아둔다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삼성전자의 PS 총지급액 규모는 지난해(2조원 가량)에 조금 못 미치는 1조원 후반대로 알려졌다. 계열사 중에선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무선사업부가 최고인 50%를 받았다.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가 44.5%, 반도체는 42.5%, 액정표시장치(LCD) 사업과 생활가전 부문은 12%의 성과급을 받았다.